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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의심과 공포, 믿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윤혜지 2015-02-05

<오마르>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

평범한 청년 오마르(아담 바크리)는 뜻하지 않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를 오가는 이중첩자가 된다.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시작한 첩자 노릇은 도리어 오마르의 발목을 잡는다. 감독 하니아부 아사드는 전작 <천국을 향하여>에서도 개인의 욕망과 공공의 목표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들을 그린 바 있다. 실화에 바탕한 <오마르>는 실제로 감독의 친구가 첩보원으로부터 받은 협박에서 출발했다. 첩보원은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 우리와 일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이야기를 들은 감독은 친구가 느꼈을 딜레마가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오마르>는 전작보다 조금 더 개인의 문제를 파고든 영화다.

=이건 보편적인 러브 스토리다. 1975년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고 ‘세상에! 나도 권위에 도전하는 삶을 살 거야!’라고 결심했다.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어졌고 그래서 인도적인 이야기에 집중했다.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선택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이 딜레마가 <오마르>를 만들게 한 동력이다. <천국을 향하여>를 촬영할 때 난 우리 팀원 중 누군가가 정보를 빼내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진실은 모른다. 어쨌든 난 내 팀원을 의심했고 그때의 기분을 떠올리면 정말 끔찍하다. 피해망상이 시작되면 믿기 어려운 것들을 믿게 된다. 집단에 배신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은 거대한 공포를 낳는다. 나는 그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전작도 나블루스와 나사렛에서 찍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소를 선택하는 데는 어떤 고민이 있었나.

=영화엔 예루살렘, 나블루스, 알-파라 난민 캠프, 나사렛, 우리가 감옥을 만들었던 비잔까지 다섯 장소가 나온다. 먼저 서안지구 중간에 있는 알-파라 난민 캠프에서 촬영을 시작하고 그다음부터 나사렛에서 찍었다. 장벽을 찍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전체 숏으로 찍힌 건 진짜 장벽이다. 일정 높이까지 찍고 오르는 건 허락됐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우린 나사렛에 2m짜리 벽을 건설해 타고 오르는 장면들을 찍었다. 한 가지 확실히 말해두고 싶은 것은 장벽이 서안지구와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게 아니란 거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마을들 사이에 있다. 팔레스타인 마을을 둘러싼 채로 유대인 거주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순찰대는 벽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을 총으로 쏜다. 난 모든 허가를 받았고, 촬영 중 이스라엘 군대와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아담 바크리의 출생지는 이스라엘이다. 당신은 이스라엘 태생의 팔레스타인인이다. 이 사실이 당신과 아담 바크리가 함께 영화를 만드는 데 끼친 영향이 있을까.

=촬영 시작 전에 내가 팔레스타인 정보원에게 들은 이야기를 아담에게 들려줬다. 진짜 ‘협력자’들은 죽거나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만나볼 수 없었다. 아담은 스스로 난민수용소에 들어가 그곳의 집과 화장실, 길을 탐색했다. 아마도 그 연구가 그에게 어떤 영감을 줬던 게 분명하다.

-전작을 만들 때와 <오마르>를 만들 때 가장 달라진 건 무엇인가.

=영화로 정치적인 토론을 하는 데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영화는 정치적인 것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적 여정에 대한 것이란 걸 알았다. 믿음이란 테마엔 여전히 관심이 많다.

-이 영화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것은 무엇인가.

=청춘의 연약함이다. 자유를 향한 투쟁은 ‘어른’들이 이끄는 것이지만 지금의 어른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청춘들에게 그 투쟁의 의무가 남겨졌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치명적인 덫을 피해 살아온 경험이 없다. 그 투쟁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치명적인 덫을 피해 살아온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 투쟁을 이끌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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