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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서늘한 기운 풍기는 촌장의 아들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5-07-13

<손님> 이준

tvN 드라마 <갑동이>가 정점이었던 것 같다. 말끔한 외모로 여자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해 끔찍한 연쇄살인범으로 변모하는 사이코패스 ‘류태오’. 그 급작스러운 변화 속에 이준의 강점인 강렬한 연기가 존재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듯한 쏘아보는 눈빛 연기는 반짝하고 인정받았다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배우 ‘오영’의 삶을 극적으로 포착한 <배우는 배우다>(2013)에서 시작됐다. 그리하여 이준이라는 배우를 악보에 적어 내려가자면, 포르테 기호 ‘f’ 하나로는 한참 모자라고 ‘ff’(포르티시모, 매우 세게), ‘fff’(포르티시시모, 가장 세게) 정도는 붙여줘야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안판석 감독은 그런 이준에게 장착된 빳빳한 ‘힘’을 일거에 앗아갔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그는 특권층의 자제지만 부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을 택하는 청년 ‘한인상’을 연기했다. 인생의 굴곡을 모르는 데다 욕심도 야망도 열정도 없고 계산도 하지 않는 순수한 캐릭터. 묘하게도 한인상은 캐릭터로 분하기 전, 자연인 이준에 가장 근접한 성격의 인물이었다. “촬영 전에 안판석 감독님, 정성주 작가님과 만났는데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했다. 내 원래 성격을 많이 반영해주신 것 같다.” <풍문으로 들었소> 출연은 그룹 엠블랙을 탈퇴하고 그간의 아이돌 가수 이미지의 청산을 의미하는 신호다. 그사이 소속사가 바뀌었고, 연기가 그의 첫 번째 업이 되는 첫 단추이기도 했다.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서 그는 이제 <손님>의 ‘남수’를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온전히 배우 생활만 하게 됐는데 그러다 보니 요즘은 참 한가하다. <풍문으로 들었소> 촬영 끝나고 한달째인데 매일 쉬고 있다. (웃음)” <손님>을 한참 촬영하던 지난해 이맘때쯤만 하더라도 그는 <갑동이>의 막바지 촬영과 엠블랙의 투어 스케줄, <뮤직뱅크> MC 활동으로 잠깐의 짬도 없이 바쁘게 지냈다. “하루는 14시간 동안 <갑동이> 촬영을 하고 새벽 4시에 분장하느라 묻은 피를 지우면서 <손님>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나 자신을 이겨보자는 생각으로 해왔고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 온전히 연기자로 나섰지만 죽을 때까지 엠블랙 출신이라는 사실은 따라다닐 거다.”

<손님>에서 이준은 촌장(이성민)의 아들 남수를 연기한다. 두 얼굴로 마을 사람들을 통솔하는 촌장과 달리 남수는 복잡한 계산 없이 그저 잘살고, 장가 잘 가고 싶은 욕심 하나로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악을 행하는 인물이다. 기존 작품의 이준에게 폭발하고 끓어오르는 지점이 있었다면, 손님 우룡(류승룡)을 옥죄어가는 남수에게서는 오히려 서늘하고 우직한 기운이 앞선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까맣게 태웠다. 시대극은 처음이라 많이 새롭더라. 사투리는 안 쓰지만 목소리 톤을 많이 연구해서 지금까지와 다른 분위기를 주려고 노력했다.” 촬영하는 동안 잠도 못 자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이준을 두고 김광태 감독은 ‘욕심이 많은 배우’라고 말한다. “준비가 워낙 철저한 배우다. 질문도 많고 혼자 반성도 많이 하고 그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더라. 욕심이 대단한 배우다.”

이준에게는 그것이 모두 학습과 습득의 과정이었다. 매번 작품 때마다 같이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들이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마침 다 아버지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다. 신하균 선배(<미스터 백>)는 스탭을 대하는 태도나 대본을 숙지하는 모습이 나와 비슷했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선배님 같은 모습을 하고 있겠구나 싶더라. 이성민 선배(<손님>)는 진지하게 가르침도 주시면서 장난도 잘 치고 귀엽다. 수축과 이완이 자유자재로 되는 그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유준상 선배(<풍문으로 들었소>)는 지금도 날 보면 ‘아들아’ 하고 불러준다. 연기, 노래, 여행 뭐든 자유인처럼 하시는데 나도 그런 멀티플레이어의 모습을 닮고 싶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 작업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더 좋은 배우가 되어가지 않을까.”

지금 주어진 잠깐의 자유는 그 과정의 하나다. “초조하지는 않다. 안 해본 역할도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내 할 일을 제대로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그러다 멋있게 또 다른 모습도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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