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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를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 <퇴마: 무녀굴>
송경원 2015-08-19

진명(김성균)은 신병(神病) 치료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다. 대무당의 아들인 그는 타고난 영매 지광(김혜성)과 함께 영적 현상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른바 빙의 환자들을 돌본다. 어느 날 진명은 선배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지만, 선배는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진명은 선배의 당부대로 선배의 아내 금주(유선)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다. 한편 진명을 취재하고 싶어 몇달째 쫓아다니던 방송국 PD 혜인(차예련)은 금주의 과거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한 후 치료과정에 대한 촬영을 허락받는다. 금주를 치료하던 진명은 그녀가 예상보다 강력한 영에 빙의되었음을 알게 되고, 원혼의 비밀을 풀기 위해 제주로 내려간다.

신진오 작가의 공포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퇴마: 무녀굴>은 빙의를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다. 전작 <이웃사람>에서 스릴러를 기반으로 호러의 정서를 녹여냈던 김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공포영화의 뼈대 위에 스릴러 요소를 차분히 입혀간다.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로서 신병을 치료한다는 설정은 제법 신선하다. 언뜻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무속’이라는 소재에 사실감을 더하는 것과 동시에 치료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하면서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다.

다만 ‘말이 되는’ 이야기에 힘을 쏟다 보니 정작 잡아야 할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호러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공포감 조성에는 실패했다는 말이다. 극의 초•중반 개연성 있는 설정과 차분한 설명으로 나름 긴장감을 쌓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에 이르러 공포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얄궂게도 공포감이 떨어진다. 두 장르를 적절히 배합했던 전작과 달리 스릴러의 기본 공식은 도드라지되 인상적인 공포는 남기지 못했다.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도 문제다. 필요 없는 장면들로 인해 영화 전체가 한 호흡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종종 끊어지는데, 그 자리를 스릴러와 호러의 관습적인 패턴 반복으로 메우려다 보니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성실함보다는 좀더 예리함을 갖췄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주어진 자리에서 나름 제 몫을 해내고, 무리수 없이 납득 가능한 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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