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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풀어나가는 묵직한 주제 <사랑이 이긴다>

성공한 의사 남편에 공부 잘하는 딸, 여기에 부유한 가정 형편까지, 은아(최정원)의 삶은 모자랄 것 하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은아의 가족 누구도 사실 행복하지 않다. 학교 친구들에겐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우등생이지만, 은아의 딸 수아(오유진)는 이제껏 엄마에게 칭찬 한번 들어본 적 없는 우울한 아이다. 광기 어린 집착으로 ‘1등’만을 원하는 엄마 때문에 수아는 자해를 하며 지옥 같은 매일을 견뎌나간다. 자신의 조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현(장현성)은 은아가 자신을 더이상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택시비 문제로 기사와 시비가 붙은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이야기는 간단해 보이지만 소재의 무게도,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상당히 묵직하다. 영화는 하나만 다루기도 버거울 주제를 야심차게 두개나 꺼내든다. 그 하나가 고등학생 수아를 중심으로 입시에 미쳐 돌아가는 부모-학교-사회의 끔찍한 연쇄이고, 다른 하나는 상현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 사이의 ‘믿음’의 문제이다. 이때 영화는 동떨어진 이 두개의 세계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끌고 들어와 엄마와 아내, 두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은아를 중심에 놓고 무리 없이 교차시켜나간다. 하나의 영화 안에 풀어내기 어려운 두 가지 이야기를 꿰어내려 선택한 이 방식은 꽤 정교해 보인다.

그런데 사실 가장 큰 약점도 여기에 있다. 우선, 두개의 이야기 속에 각각 등장하는 ‘엄마-은아’와 ‘아내-은아’가 한명의 인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캐릭터의 일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여기에 아빠 상현과 딸 수아의 관계마저 이상하리만치 희미해 두 이야기를 오가는 리듬감도, 이 둘을 하나로 아우르는 서사의 응집력도 잘 느껴지질 않는다. 민병훈 감독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고통, 삶과 죽음, 속죄 등의 주제가 힘주어 만든 은유와 상징으로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이로 인해 의도만큼 빛을 발하진 못한다. 과도하게 사용된 클로즈업과 핸드헬드의 흔들리는 카메라도 섬세한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기엔 무디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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