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인터뷰
[민경조, 강풀] “이번만큼은 욕심 부리고 싶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좋은 동력이 되길”

<타이밍> 민경조 감독, 강풀 만화가

강풀, 민경조(왼쪽부터)

우리는 때로 어떤 작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려 애쓴다. 그건 어쩌면 거대한 네온사인 간판처럼 먼저 눈에 띄는 작가의 위상 때문일 수도 있고, 이렇게 좋은 작품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팬들의 배려인 경우도 있다. 의도와 관계없이, 어느 쪽이든 작품에 앞선 의미와 해석은 감상을 방해한다. 강풀 원작 웹툰 <타이밍>을 애니메이션화했다고 들었을 때 비슷한 걱정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2005년 연재를 끝낸 웹툰 <타이밍>은 10년 만에 스크린에서 되살아났다. 원작을 얼마나 제대로, 꼼꼼히 옮겼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팬들도 있을 것이고 애니메이션 <타이밍>을 통해 거꾸로 원작을 다시 보게 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장르에 애정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땅의 척박한 애니메이션 환경 속에 또 한편의 장편애니메이션을 완성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다만 강풀 작가와 민경조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게 전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가도 스스로 특정한 의미가 되고자 작품을 만들진 않는다. 애니메이션 <타이밍>은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니라 의미‘도’ 있는 작품이다. 이런저런 의미와 작가의 이름을 다 걷어내고 보아도, 이 애니메이션은 재미있다. 때론 그걸로 족하다.

-드디어 개봉을 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 얼마나 걸릴지 걱정했는데, 빠르다면 빠르고 오래 걸렸다고 하면 오래 걸렸다.

=민경조_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개봉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식상한 말이지만 기쁘면서 부담스럽다. <오디션>을 마치고 지쳐서 이제 장편애니메이션은 그만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효인엔터테인먼트의 김명숙 대표가 한번 읽어나 보라고 슬쩍 시나리오를 줬는데, 전개, 캐릭터, 구성 전부 너무 좋더라.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이것까지만 해보자는 마음이 들더라. (웃음) 우여곡절도 많았다. 국내 투자가 지지부진해서 일본쪽에서 투자받았던 것이 줄어들기도 하고. 일일이 하소연하고 싶진 않다. 국내 애니메이션계가 힘들다는 푸념은 이제 다들 그만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저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해준 스탭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강풀_지난 이맘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으니 딱 1년 만이다. 영화제에는 원래 우호적인 관객이 많이 찾아 온다지만 반응도 긍정적이라 솔직히 금방 개봉할 줄 알았다. 원안까지 포함하면 7편의 원작이 영화화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것도 나름 경험치가 쌓이는지 대개 시사회장에 가면 관객수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보통 영화사 관계자들은 기대치가 높기 마련인데 나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고 냉정하다. (웃음) 이제까지는 대부분 맞혔는데, 개봉 시기도 그렇고 흥행 정도도 이번에는 정말 감이 안 온다. 애니메이션이란 분야가 내겐 생소한가보다. 이번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에서 조금 바뀌었다고 들었다.

=민경조_주변 반응과 의견을 두루 살폈다. 솔직하게만 평가해달라고 해도 다들 좋은 말만 해줘서 더 어려웠다. (웃음) 강 작가님 의견도 참고해서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손봤다. 하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표현하는 부분이 조금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좀더 구체화했다. 우리야 원작부터 시나리오까지 수없이 보다보니 익숙한데, 아무래도 장대한 내용을 압축시키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더빙 부분에서 조금 어색한 대사들을 고쳤다. 200컷 정도의 작화를 추가 내지 수정한 것 같다.

강풀_원래는 판권을 넘기고 나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내 역할은 이야기에 맞는 감독과 제작자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까지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어서 그런지 내게 의견을 좀더 많이 물어봐주었던 것 같다. 부산에서 보고 나서 얘기한 것은 시간 능력에 대한 표현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것과, 조금 마음에 걸리는 대사, 딱 2가지였다. 사실 그마저 감독의 선택이고 설사 다른 방향으로 결정한다고 해도 괜찮은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들어줘서 오히려 죄송할 정도다.

-<타이밍>은 강풀 웹툰 중에서도 특히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미 다른 웹툰들이 여러 차례 실사영화화 되었는데 이번엔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

=강풀_하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웃음), 애니메이션을 고집한 건 아니지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일단 궁금했다. 이번에 <타이밍> 덕분에 포스터를 하나 그렸는데 예전에 그린 그림을 다시 보니 비율도 하나도 안 맞고 못 봐주겠더라. (웃음)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용감했던 거 같다. 좋게 말해 상상력의 제한이 없었고 이게 말이 될지 어떨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도 오래된 팬 중에는 <타이밍>을 제일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만화가다 보니 만화가 움직이는 걸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고. 10년이 지나 극장에서 개봉하는 걸 보니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작화도 내 그림과 비교도 안 되게 좋아서 보는 재미가 있다. (웃음)

-강풀 웹툰이야 워낙에 이야기가 탄탄한 걸로 정평이 나있으니 욕심낼 만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부담도 있지 않았나. 영화화된 원작들도 많고. 의식이 되었을 것도 같은데.

=민경조_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차이가 많으니 그렇게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 다만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해보고 나서 원작을 재해석한 것보다는 온전히 가져간 작품들의 반응이 더 우호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원작이 워낙 탄탄해 딱히 손대고 싶은 부분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전체적인 컨셉은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자’였다. 팬들이 기대하는 것도 저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구현될까 하는 궁금증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80분 정도의 분량을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워낙 방대해 도저히 그 시간 안에 다 맞출 수가 없었다. 시나리오 초고는 106분가량 나왔는데, 할 수 있는 한 압축하고 압축해 100분으로 완성했다. 결과적으론 최선이라 믿지만 잘라내기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아서 그걸 골라야 한다는 게 부담이라면 부담이었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애니메이션 <타이밍>은 볼거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를 강조하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작화가 업그레이드된 건 분명하다. (웃음)

=민경조_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오랜 고민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삽화풍 그림체의 느낌을 살리되 각 캐릭터의 정서를 표현해내야 했다. 일본쪽 작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여러 곳에 의뢰해 다양한 방향으로 고민했는데 가능한 한 사실적이고 원작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조절했다. 8번 정도는 전체적인 방향을 수정한 것 같다. 작가님께는 2번 정도 보여드리고 컨펌을 받았다.

-실제로 주변에서 전해 들은 질문을 그대로 하겠다. 강풀의 <타이밍>을 “왜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지?”라고 물어오니 뭐라 답할지 모르겠더라.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시장이 척박한 건 분명한 사실이고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생각 이상으로 시간과 공, 자본이 들어가는데 굳이 애니메이션이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강풀_그 질문을 고스란히 받아 답하면, ‘그래서’ 애니메니션이 보고 싶었다. 솔직히 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무지하다고 봐도 좋다. 이번에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왜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 <타이밍> 애니메이션은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으로서 가지는 가치가 적지 않다고 본다. 사실 한국 장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너무 띄엄띄엄 나오지 않나. 게다가 15세 관람가다. 솔직히 전체 관람가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떤 해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예 없는 해도 있는데, 이번 작품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타이밍>은 적어도 3가지 관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인 만큼 향후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의 지표가 될 만하다. 게다가 전체 관람가 일색인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드물게 15세 관람가다. 과감한 결정이다.

=민경조_솔직히 처음에는 전체 관람가로 하고 싶었다. 관객층 확대를 위해 수위를 살짝 조절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타이밍>의 원래 내용을 훼손시키고 싶진 않았다. 혹시나 기대하고 12세 관람가를 신청했는데 15세가 나왔을 땐 아쉬웠다. 그런데 주변의 배급 관계자들은 청소년 관람불가가 안 나온 게 다행이라고 위로하더라. (웃음)

-솔직히 부산국제영화제 때 보고 나도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강풀_그런가? 다행인 건가? 전적으로 제작사의 의지와 감독님의 노력이다. 학교에서 자살하는 아이들이 이야기의 출발인 만큼 어떻게 표현해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최대한 원작을 다치지 않게 배려했다고 생각한다.

-적대적인 국내 애니메이션 환경에 비춰볼 때 다소 생소한 장르와 소재임에도 이 정도 균형과 안정감을 두루 갖춘 작품이 나온 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한다.

=강풀_감사한 말씀이지만 이제 의미 이상의 결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의미만을 좇을 순 없는 일이다. 이제껏 VIP 시사 때 가족 말고는 부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동료 작가, 선후배 등 아는 만화가들 다 불렀다. 거의 첫 영화화됐을 때만큼 부담스럽다. 농담 아니라 요즘 스트레스로 과민성 장염이 와 병원에 다니고 있다. (웃음) 그래도 이번만큼은 욕심 부리고 싶다. 잘돼서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에서 무모하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이들에게 좋은 동기,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경조_애니메이션은 원작자가 나서지 않는 한 딱히 홍보거리가 없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니 정말 큰 힘이 된다. 사실 <오디션> 이후 의식적으로 어렵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피하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환경이 녹록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인정과 의미에 호소하고 싶진 않다. 사명감이라고 하면 건방진 거고,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해 만드는 거다. 아직 한국에서도 의지를 가지면 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어쨌든 업계 전반에 잘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나길 희망한다.

-웹툰 원작의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웹툰 서사와 영화 서사의 차이에 대한 인식 없이 1차원적으로 접근했다는 지적도 있다. 웹툰과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어떨까.

=강풀_불행히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는 항상 첫 번째였다. 웹툰 영화화의 첫 번째 사례가 되어 시원하게 망했지 않나. (웃음) 웹툰을 영화화하면 망한다는 말이 나 때문에 생긴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아파트> <순정만화> <바보>까진 아쉬운 게 많았는데, 이후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은 경험치가 쌓이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다. 하지만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이번이 처음이니 좋든 싫든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다시 처음 시작하는 기분이다. 괜히 병원 다니는 게 아니다. (웃음)

민경조_아직 욕심이 많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작가님의 다른 웹툰들도 만들어보고 싶다. 극영화가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애니메이션은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필요한 건 탄탄한 스토리다. 강풀 작가님 웹툰은 그런 면에서 최적이다. <순정만화> 같은 드라마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어게인> <무빙>도 좋고.

-웹툰과 비교하자면 추리와 서스펜스적인 요소들이 다소 생략되었는데.

=민경조_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100분이란 한정된 시간 내에 좀더 중요하다고 판단된 장면들을 선택했다. 늘어지는 것보다는 속도감이 있는 전개를 택한 셈이다. 스릴러, 서스펜스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요소, 드라마가 도리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봤다. 물론 100% 만족할 순 없다. 결과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다면 모두 감독의 책임이다.

강풀_아닙니다. 다 원작자 책임입니다. 너무 겸손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웃음) 무려 10년 전 만화다. 조금 과장해 중학생 때 <타이밍>을 본 학생이 엄마가 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팬들의 반응만큼 웹툰을 모르는 이들이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상이 궁금하다. 원작을 영상화할 땐 대개 두 가지 문제에 부딪친다. 압축이냐 변형이냐. 굳이 구분하자면 애니메이션 <타이밍>은 압축에 가까운데, 다소 생략이 있었더라도 핵심은 놓치지 않았다고 본다. 충실하고 좋은 압축이다. 편견 없이 봐주길 바란다.

-원작자로서 좀더 욕심내고 싶은 부분은 없었는지.

=강풀_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일단 판권을 넘기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만화를 그린 순간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타이밍>은 민경조 감독님의 것이다. 몇년 지나 작품이 나오면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솔직히 말해 흥행이 안 된 작품들도 나는 좋았다. <타이밍>이 좀더 각별한 부분이 있다면 최근에 마친 <무빙>과 연동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법 만화를 그리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뻥을 치고 싶어진다.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보다 만화라서 가능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이전에 낸 만화 중 가장 만화 같은 이야기가 <타이밍>이다. 나름 강풀 월드의 출발점에 <타이밍>이 있었다. 앞으로 5년에서 7년 정도 더 그린다고 봤을 때, <타이밍 시즌2>와 <무빙 시즌2>를 그린 후 두 세계를 합쳐보고 싶다. 몸을 쓰는 능력자들(무빙)과 시간을 쓰는 초능력자들(타이밍)을 한곳에서 부딪치게 하는 거다.

-이른바 강풀 유니버스의 한국 슈퍼히어로물이라 봐도 될까.

=강풀_너무 거창하지 않나? (웃음) 외국의 슈퍼히어로물을 보면 부러운 점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설정과 이야기지만 오랜 시간 쌓여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변신해도 바지가 찢어지지 않는 게 말이 되냔 말이지. (웃음) 아직 한국형이란 말의 정의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한국형이 아닐까 한다. 옆집 학생, 치킨집 아저씨처럼 능력자들이 평범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타이밍>의 양성식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웹툰을 그릴 예정이다. <무빙 시즌2>는 내후년을 바라보고 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