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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소통과 교류를 통한 치유

<파니 핑크>의 도리스 되리 감독 신작 <후쿠시마에서 보내는 인사>

<후쿠시마에서 보내는 인사>

<파니 핑크>(1994),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독일 감독 도리스 되리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이후 또다시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호평받고 있다. 인생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이 담긴 영화 <후쿠시마에서 보내는 인사>(Grüße aus Fukushima)가 그 주인공이다.

20대 독일 여성 마리는 결혼식이 취소되며 위기를 맞는다. 그녀의 선택은 후쿠시마행. 쓰나미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을 도우며 인생의 답을 찾겠다는 포부를 안고 왔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마리는 노인들만 거주하는 임시거처에 머물며 광대극 봉사활동을 하지만 그녀의 우울하고 슬픈 마음은 사실 그럴 여지가 없다. 마리는 다 포기하고 독일로 떠나려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러 이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늙은 게이샤 사토미 곁에 머물며 그녀를 돕는다. 완고한 성격의 사토미는 모든 것이 파괴된 이 지역에 들어와 집수리와 정리를 시작한다. 마리가 이 일을 돕는 가운데 둘 사이가 가까워지며 소통과 교류를 통한 치유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디오아트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삽입된 흑백화면이 인상적인 <후쿠시마에서 보내는 인사>는 두 여성이 상처받은 내면과 직면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연대의 매개가 되는 것은 엉망으로 엉켜 있는 폐가를 정리하는 일과 엄격한 자세를 요구하는 ‘다도’다. 사토미는 다도를 통해, 과거는 없고 ‘지금, 여기’ 이 순간밖에 없다는 것을 마리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영화가 다루는 테마는 진지하지만 문화와 세대간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웃음의 순간들을 포착하며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2011년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휩쓸고 간 지 6개월 뒤 후쿠시마를 방문했던 되리 감독은 살아남은 이들을 만나며 현실에 기반한 영화 <후쿠시마에서 보내는 인사>를 만들었다. 지난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에 처음 선보이며 관객상을 받았고, 마리 역을 맡은 로잘리 토마스는 분노와 슬픔, 호기심, 천진함을 넘나드는 감정의 결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독일 바이에른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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