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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스페셜] 칸에서 첫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김혜리 김성훈 취재지원 최현정(파리 통신원) 2016-05-23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데뷔작 장편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은 선명한 주제와 만듦새를 갖춘 영화였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야 할 필연성이 있을까? 반대로 말하면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실사영화는 어떨까 절로 상상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행>은, 긴 시간이 흐른 다음 그 물음에 대해 마침내 돌아온 대답이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로 점화되는 재난 스릴러다. 아내와 별거 중인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일에 바빠 소원하게 지낸 딸 수안(김수안)의 생일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내가 사는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오른다. 그러나 열차는 좀비의 침투와 연쇄 감염으로 이내 아수라장으로 화한다. 전국을 초토화한 재앙의 뉴스를 차내 방송으로 접한 승객에게 남은 희망은, 유일하게 초기 대응에 성공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남은 채 도착하는 것뿐이다.

좀비 호러는 언제나 인간의 이기적 본능과 군중심리에 대한 통찰을 내포한다. <부산행>은 그러나 메타포로 만족하지 않는다. 좀비 바이러스의 연원과 재앙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대처 방식을 통해 지금 자본주의 한국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요약해 보이고자 한다. 이 영화의 좀비는 ‘괴물2’라는 별명을 주고 싶을 만큼 봉준호 감독의 그것과 극적 기능이 유사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직설화법을 택했다. <부산행>의 주인공도 <괴물>의 박강두(송강호)가 그랬듯, 자기 먹고살기 바쁜 평범한 시민이지만 끝내는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의 아이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설국열차>가 계급에 따라 승객이 탑승할 칸을 배정했다면 <부산행>에서는 좀비와 얼마나 떨어진 칸에 있느냐가 인물들의 태도에 작용한다.

영화의 중심은 열차가 출발하기 전부터 관객이 지켜본 석우 부녀지만, <부산행>이 그리려는 사회적 축도와 장르적 쾌감은 다양한 인물로 완성된다. <반지의 제왕>의 김리처럼 완력과 귀여움을 겸비한 남자(마동석), 그가 유일하게 쩔쩔매는 쿨한 성격의 아내(정유미),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해맑은 10대 소년과 소녀, 결코 손해보지 않는 ‘갑’의 자리가 익숙한 중년 남자가 <부산행>의 동승자들이다. 요컨대 <부산행>이 그리려는 것은 개인의 초상이 아니라 군상이다. 극중 인물들은 주로 타인과 공동체를 대하는 태도를 기준으로 단정하고 치밀하게- 어쩌면 지나치게 일사불란하게- 빚어져 있다. 이중에서도 <부산행>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배우는, 매력을 발산하기 좋은 역할을 얻은 마동석으로 보인다. 할머니부터 소녀까지 여성 캐릭터들은 주어진 설정 안에서는 충분히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설정 자체가 구조받는 입장에 치우쳐 있다.

액션 스릴러로서 <부산행>은 열차와 철로라는 길고 좁은 공간을 활용한 동선과 안무, 좀비들의 생태에 부여한 몇몇 설정에 기초한 세트피스를 보여준다(극중 사건이 열차 안에서만 일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도 잘 갈무리된 편이다. 액션은 물론 감정과 관련된 복선들도 방치되는 가닥 없이 제대로 매듭지어진다. CG 효과와 군중 신 연출은 세련된 편이 아니지만 <부산행>에는 그것을 문제삼지 않도록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은 좀비 바이러스를 그저 괴물을 불러낸 원흉으로만 쓰지 않았다. 좀비로 변태해 에고를 잃어버리고 식욕만 남은 사람들은, 이성적 자아로 통제해 온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노출한다. 좀비에게 아직 물리지 않은 사람들도 대처 방식에 따라 성격의 일단을 드러낸다. 이런 섬세한 연출에 비하면, 절절한 가족애를 강조하는 장면의 과한 감상성은 다소 의아하다. 배우의 표현이나 장면의 지속시간이 관객이 느끼는 감정보다 길게 늘어진다.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페셜 부문에서 상영된 <부산행>에 대한 반응은 감독과 배우가 참석하지 않은 언론시사에서 기자들이 박수로 의사를 표시할 만큼 호의적이었다. 어떤 조건의 관객으로부터도 웃음과 비명을 끌어내는 흥행성을 지닌 스릴러지만 <부산행>을 보면서 유독 종종 눈물을 참지 못할 관객은 한국에 있다. <부산행>의 바이러스 재앙을 암시하는 첫 에피소드가 사슴의 로드킬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동력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슬픔과 분노에 있음을 짐작게 한다. 전국이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정부가 잘 대응해서 수습하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가 방송될 때, 주인공이 “다 구할 수도 있었잖아요!”라고 분노할 때, 우리의 마음은 도리없이 영화를 통해 4월16일의 차가운 물속으로 돌아간다. 연상호 감독은 배의 자리에 기차를 놓고 물의 자리에 좀비를 놓고 픽션을 지어올림으로써 분노하는 동시에 자성하고 위안하는 듯하다. 세월호를 한국영화의 스크린이 거듭 소환하는 것은 앞으로 불가피한 수순일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고 중요한 사태였기 때문이다. <부산행>은 아직 식지 않은 마음으로 직사(直射)한 그 신호탄처럼 보인다.

<부산행> 현지 매체 반응

<부산행>이 공개된 뒤 해외 매체들은 “단순한 좀비영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라는 공통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조연인 마동석이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라고 특별히 언급한 반응도 많았다. 프랑스와 북미 매체 반응을 각각 두개씩 소개한다.

<텔레라마>_“영화를 보기 전까지 우리는 살아 있는 시체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한국 좀비들이 서양의 동족에 비해 우세한 점이 있다면, 그들은 ZGV(프랑스의 KTX 열차.-편집자)처럼 아주 빠르다는 사실이다. 조지 A. 로메로 영화에서 찢어진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얼이 빠진 듯한 얼굴로 느리게 이동하는 좀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좀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먹이의 뒤를 전속력으로 쫓아가는 굶주린 쥐떼 같다. <부산행>은 이같은 공포를 레일 위에 올려놓는다. 로메로 영화가 그렇듯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살육 게임의 환희는 정치판의 작은 콩트다. 이것은 단순히 전염병의 원인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신뢰할 수 없는 생화학 공장의 투기로 인해 생겨난 부작용임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좀비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돕는 것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주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르테TV>_“한국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다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만든 이 대형 프로젝트는 B급영화의 다이내믹한 완성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정치•사회적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해내기까지 한다.”

<트위치필름>_“전형적인 캐릭터 사이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헤라클레스 같은 ‘몸짱’ 마동석이다. 거칠면서도 순수해 입체적이고, 또 유머러스한 그는 액션 시퀀스에서 가장 눈에 띈다. 영화를 보면 마동석이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것이다.”

<버라이어티>_“<설국열차>가 그랬듯이 <부산행>도 계급 차이에서 오는 윤리와 계급적인 반란을 잘 풍자했다. 애니메이션 연출작들에 비하면 좀더 많은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출했지만 말이다. 아시아 장르영화를 찾는 바이어들은 <부산행>에 탑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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