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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스페셜] “현실 문제를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다” - <스테잉 버티컬> 알랭 기로디 감독 인터뷰
김성훈 2016-05-30

<스테잉 버티컬>

<호수의 이방인>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그의 신작 <스테잉 버티컬>은 주인공 레오(다미앵 보나르)가 늑대를 찾기 위해 프랑스 시골 마을로 여행을 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하고, 서사 전개가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영화는 늑대, 자살, 싱글맘(파파) 등 프랑스 사회문제를 꾹꾹 눌러담아 기묘하게 펼쳐내고 있다.

-호숫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쳐냈던 전작 <호수의 이방인>과 달리 이번 영화는 주인공 레오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전작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전작에서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프랑스 외곽의 여러 장소를 여행하게 하고 싶었다.

-영화감독 레오가 늑대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소설, 전설, 미신을 통해 어제(과거)와 오늘(현재)을 연결하는 작업은 내게 중요하다. 어느 날, 늑대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인간이 꼿꼿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꼿꼿함은 인간에게 조심성과 신중함 그리고 존경이라는 태도를 불어넣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프랑스 로제르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들은 미신 하나가 떠올랐다. 늑대를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늑대의 얼굴을 당당하게 바라봐야 물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 얘기가 굉장히 정치적으로 들렸다. 아, 늑대는 프랑스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늑대가 사회문제라는 건 무슨 뜻인가.

=많은 시골 지역에서 늑대는 양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밤마다 늑대가 마을로 내려와 양을 잡아먹는 탓에 목축업 종사자들이 입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이 순번을 정해 밤마다 늑대가 나타나는지 정찰을 도는 것도 그래서다. 어쨌거나 늑대 문제는 이 영화의 가장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레오의 직업은 영화감독이다. 그가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데,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영화감독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않나.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감독은 다른 전문직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누구보다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단점도 있다. <호수의 이방인>을 찍을 때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때 느꼈던 불안감이 레오를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레오가 나와 닮았다고 얘기해주기도 했다.

-레오가 늑대를 찾기 위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건 단지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목적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그가 여행을 하는 진짜 목적은 세상의 근원과 삶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찾는 데 있다.

-레오는 늑대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여성 마리(인디아 헤어)와 사랑에 빠지고, 아이를 가진다. 하지만 마리가 레오와 헤어지면서 레오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게 되는데, 이야기 내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레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져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관심도 없고. 레오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풍경은 ‘싱글대디’(싱글맘)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서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과 남성이 많다. 게이들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다룬 것처럼 싱글맘 문제, 늑대 문제,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까닭에 자세한 설명이 어렵지만) 자살 문제 등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한데 버무리는 걸 즐긴다. 이런 현실 문제를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렇게 연출한 이유가 무엇인가. 덕분에 서사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 현실과 꿈의 경계를 구분하거나 꿈이 가진 의미를 찾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꿈이 현실보다 더 생생할 때도 있고, 현실이 꿈보다 더 극적일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삶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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