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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스페셜] <씨네21> 기자들이 꼽은 경쟁부문 상영작 베스트5 & 워스트1
김성훈 장영엽 김혜리 2016-05-30

<슬랙 베이>

석연치 않은 올해의 수상 결과만 전하기는 좀 아쉬웠다. 그래서 <씨네21>의 ‘베스트5 & 워스트1’을 꼽았다. 다음의 리스트는 경쟁부문 상영작 21편을 관람한 세 기자가 머리를 맞대고 정했다. 각자 다섯편씩 지지작을 선정한 다음 5점부터 1점까지 점수를 매겼고 그 결과 동률을 기록한 작품도 있다. 워스트영화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씨네21>의 선택을 전한다.

BEST

공동 1위 <엘르>

<단지 세상의 끝> <네온 데몬> <라스트 페이스> 야유 3단 콤보 때문에 긴장감이 확 떨어진 경쟁부문 마지막 날에 레이스의 긴장감을 다시 불어넣은 폴 버호벤의 영화. 주인공 미셸이 자신을 성폭행한 괴한을 쫓으면서 벌이는 위험한 게임은 센 설정만큼이나 꽤 아슬아슬하다. 이자벨 위페르는 자신이 연기한 미셸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강한 여성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성폭행과 아버지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맞서는 미셸은 이자벨 위페르의 지적인 이미지와 겹치면서 대담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부침이 심했던 폴 버호벤에게 <엘르>는 반등이 확실한 작품이 될 것이다.

공동 1위 <패터슨>

섹스, 액션, 드라마, 반전. 영화를 보다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어떤 장치도 이 영화엔 없다. 마치 MSG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일상의 디테일에서 짐 자무시가 건져올린 삶의 편린들은 그 자체로도 힘이 있다. 귀엽고 선한 인물들과 스타일리시한 영상, 블루톤의 도시 패터슨, 시인 론 패지트가 영화를 위해 직접 쓴 시까지,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

3위 <아가씨>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지만, 박찬욱 감독과 류성희 미술감독이 직조해낸 코우즈키의 저택은 동화 속 기괴한 성을 연상시킨다. 이곳에서 <라쇼몽>의 구조를 빌려 진실과 거짓말, 한국어와 일본어를 오가며 계급이 다른 두 여성의 연대감을 때로는 대담하게, 또 때로는 애틋하게 쌓아올린다(“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이야기가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몇몇 현지 매체의 공통된 평가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강한 상승 욕망을 가진 채 그녀들을 억압하고 이용하려는 코우즈키, 백작 두 남성과 대비되면서 뭉클한 엔딩 신이 탄생됐다.

4위 <스테잉 버티컬>

흐뭇한 합의의 박수 대신 ‘조기 퇴장 vs. 환호의 휘파람’으로 객석을 갈라놓은 올해 경쟁부문의 천둥벌거숭이. 조신 설화도 문득 떠올리게 하지만, 알랭 기로디는 결코 생시로 귀환하지 않는다. <호수의 이방인>의 엄격한 미적 규율을 잠시 뒤로하고 감독의 초기작에서 보였던 꿈의 문법을 타고 섹스의 위협, 서사의 공포로부터 100분 내내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도주한다. 퀴어영화의 황홀한 발산을 맛보게 한다. 한국 개봉이 무망한 수위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영화제에서 상영된다면 최우선으로 클릭해야 한다.

공동 5위 <슬랙 베이>

브루노 뒤몽의 ‘매드 매드 대소동’. 프랑스 부르주아 문화의 풍자로도 읽히지만, 칼레 해안마을을 배경으로 영화가 지어올린 아담한 초현실이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극도로 연극적인 연기와 동화책 일러스트를 방불케 하는 미장센 덕분에 ‘웨스 앤더슨풍의 브루노 뒤몽’인가 싶기도 하지만, 앤더슨의 그것과 달리 <슬랙 베이>의 정밀한 미적 통제에는 조금도 힘이 들어간 기색이 없다. 칼 드레이어와 <빨간 풍선>에 대한 오마주도 사랑스럽다. 어리숙한 투캅스로 분한 두 아마추어 배우 중 시릴 리고의 클로즈업은 영화제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이미지다. 어디서 이런 얼굴을!

공동 5위 <아쿠아리우스>

대담하고 거침없다. 단숨에 피사체로 돌진해버리는 줌의 속도, 마치 보금자리를 넘보는 외부인마냥 건물 밖에서 안으로 서서히 침투해나가는 카메라. 클레베르 멘도사 필류는 자기만의 뚜렷한 속도와 리듬감을 지닌 감독이고, 누구도 표현하지 못한 방식으로 그것을 담아낼 줄 안다. 브라질리안 시네마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WORST

<라스트 페이스>

솔직히 폭탄세례를 받을 만큼 아주 형편없는 영화는 아니다. 아프리카 내전의 잔인성을 생생하게 묘사한 솜씨는 준수하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형적인 상업영화를 긴 시간 줄을 서가며 경쟁부문에서 봐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프리카 내전에 대한 숀 펜의 시선을 이야기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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