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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특수효과란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 - <정글북>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로버트 리가토
송경원 2016-06-08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정글북>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모글리 역의 닐 세티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진 이 영화의 진정한 창조주는 시각효과((VFX) 슈퍼바이저를 맡은 로버트 리가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를 시작으로 <타이타닉>(1998), <아마겟돈>(1998), <에비에이터>(2004), <휴고>(2011) 등을 작업한 그에게 시각효과의 의미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정글북>은 현재 CG가 동물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줬다.

=<정글북>에서 성취한 가장 큰 발전은 진짜 그대로를 모방하도록 예술적인 선택과 절제를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실제로 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실사영화의 카메라처럼 사용했다. 진짜 촬영 카메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이상의 그 어떤 것도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정글북>이 선보인 리얼리티의 기본이다.

-가로와 세로의 움직임, 깊이와 높이를 활용한 낙차 등 그야말로 3D가 구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움직임을 시도하고 활용한다. 정글의 공간감은 어떻게 완성했나.

=실제 정글을 스크린에 옮겨오기 위해 모든 디테일에 신경 썼다. 나뭇잎, 곤충, 먼지, 물, 대기,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잎사귀까지! 최종적으로는 이 모든 걸 실제처럼 반사하고 흡수하는 빛을 통해 표현했다. 블루스크린 세트장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조명과 화면상에 재현된 광경의 광량을 맞추는 일이 특히 어려웠다.

-모글리 역의 닐 세티를 제외하곤 전부 CG인 만큼 사실상 CG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만약 <정글북>에서 동물들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진짜로 동물을 촬영한 영화라고 믿었을지도 모를 만큼 사실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글북>은 어디까지나 실사영화다. 애니메이션 기술을 사용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스타일을 차용하지는 않았다. ‘애니메이션’이란 특유의 과장된 표현과 연출까지 포함하는 지칭이라 생각한다. <정글북>에서 우리가 시도한 방식을 단지 기술적인 이유로 애니메이션이라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동물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각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담당한 배우들의 이미지나 얼굴을 반영했나.

=구체적인 모델링은 아니고 피상적으로만 담아냈다. 동물들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패턴화해서 그려졌지만 동물들의 움직임에 아주 미묘하게 목소리 연기 느낌의 뉘앙스를 녹여 목소리 연기자의 개성을 담아내려고 했다.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무수히 많은 동물 디자인 중에서 우리에게 꼭 맞는 얼굴을 찾는 것은 감독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당신은 테드(TED) 강의에서 자신의 작업을 ‘본 것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걸 재현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게 CG를 비롯한 특수효과의 비결인가.

=영화는 실제 삶을 그대로 묘사하는 게 아니다. 어떤 영화라도 감히 진짜 그대로를 기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실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재생산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을 반영한 형태로 기억한다. 누가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이 이야기의 묘미다. 따라서 이를 집약적이고 강조된 버전으로 만들면 마치 꿈과 같은 상태에서 우리 뇌가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우리의 기억과 꿈이 그렇듯이 말이다. 특수효과는 그를 돕기 위한 일종의 프리즘이다. 각자의 관점을 자유롭게 반영할 수 있도록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이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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