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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의 허무한 소동극 <마일드 앤 러블리>
이예지 2016-06-29

아버지 제리미아와 딸 소피, 부녀의 목장에 한철 일하러 온 에이킨. 그는 성실하게 소와 말을 돌보지만, 목장의 낯선 분위기와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을 툭툭 던지는 제리미아, 소피의 묘한 행동들에 신경이 곤두선다. 거침없이 바닥에 뒹굴고, 개구리를 덥석 잡아 물어뜯는 야성적인 소녀 소피에게 욕정이 동한 에이킨은 충동적으로 관계를 갖는다. 제리미아는 아내가 없는 척하는 에이킨의 거짓말을 조롱하며, 에이킨의 가족을 목장에 초대한다. 제리미아와 소피, 에이킨과 그의 아내가 모인 목장의 밤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감각적인 이미지의 나열로 가득한 영화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빠른 리듬으로 배치되는 숏들 속 진득한 피와 상처, 붉은 끈, 소의 젖, 말의 근육, 진창과 개구리 등 원시적인 이미지들은 영화에 불경하고 음습한 공기를 불어넣고, 동물적 본능을 자극한다. 소피 역을 연기한 배우 소피 트라우브의 관능적인 연기와 현악기의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불협화음은 그 불쾌감을 절정으로 몰아간다. 현란하고 강렬한 이미지와 음악들이 과시되는 데 비해 정작 서사는 비어 있다. 영화는 해갈되지 않는 긴장감 속에서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예고하는 듯 추상적인 수사와 은유들을 늘어놓지만, 종국엔 그저 한바탕의 허무한 소동극으로 클라이맥스를 마무리해버린다. 나열해놨던 이미지와 은유들은 꿰지 못한 구슬들처럼 나뒹굴 뿐이다. 관통하는 주제가 없는 이미지들은 장식 차원에 머물고,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했던 추상적 은유들은 허장성세에 그친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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