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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상황 속에서 부딪히는 군중의 움직임 <부산행>
이화정 2016-07-20

<부산행>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를 거치면서 연상호 감독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실사로 만들지 않는가’였다. 애니메이션을 만든 감독에게 계속 ‘실사’를 추궁하는 건 어불성설처럼 보이지만, 두편의 영화가 던진 우리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의 수위로 볼 때, 그의 실사영화가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부산행>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변이다. 충무로에서 무척 드문 좀비물을 총 115억원의 상업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은 연상호 개인의 실사영화에 대한 도전이자 한국 대중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다.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석우(공유)와 딸 수안(김수안), 상화(마동석)와 성경(정유미) 커플, 고등학생 영국(최우식), 진희(소희), 그리고 노숙자(최귀화)와 중년의 비즈니스맨 용석(김의성)은 감염된 사람들의 공격을 피해 열차 안에서 사투를 벌인다. <돼지의 왕>의 교실, <사이비>의 사이비 종교단체가 거점을 이룬 마을에서 등장인물이 특정하게 규정되었던 것과 달리 부산행은 땅에 착지하는 순간이나 목적지가 주가 되지 않는다. 부산이 아니라 부산행인 상황에서, 영화는 KTX 열차에 탄 불특정 다수, 즉 군중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그 속에서 감지되는 살의와 희생정신, 대처의 상황들은 2016년 우리 사회의 총합이 된다. 한정된 공간과 반복되는 액션이라는 한계 지점을 탈피할, 고민의 흔적들이 보이는 액션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부산행>은 감독이 가진 재능을 다분히 발휘해낸다. 잘빠진 액션물이자 연상호라는 브랜드를 지지하게 만드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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