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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이 한편으로도 충분하다 - <본 얼티메이텀> 디지털 리마스터링 다시 보기
송경원 2016-07-20

<본 얼티메이텀>

폴 그린그래스는 포스트 스필버그가 되기 위한 고지를 선점했다.” 2007년 <본 얼티메이텀> 개봉 당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써낸 예언은 결과적으로 미완의 기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개봉영화에 으레 쏟아지는 찬사라는 걸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당시 <본 얼티메이텀>의 위상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본 얼티메이텀>은 첩보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맷 데이먼의‘본 시리즈’의 최종장이자 전작보다 더 나은 속편으로 기억되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스펙터클과 규모를 늘리는 대신 좀더 사실적으로 파고든 영화는 액션에 관한 한 이후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본 얼티메이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반드시 그렇다고 답하긴 어렵다. 2007년 개봉작이니 필름으로 찍었다고 해도 그리 고색창연한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로 변환했다고 해서 극적인 변화가 엿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제이슨 본>을 보기 전에 <본 얼티메이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그렇다’고 답하겠다. 한층 끌어올린 화질과 음질은 생생한 현장감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 폴 그린그래스의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시점숏과 편집을 통해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구성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제이슨 본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쫓는 것을 목표로 한 이 방식은 정교하고 통제된 프레이밍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빠르게 흘러가는 인물들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밀고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이를 따라간다. 당연한 말이지만 속도가 빠른 만큼 화질이 뭉개지고 흐려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필름 특유의 질감이라고 하기엔 잔상처럼 뭉개진 움직임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리마스터링 버전에서는 그런 모호한 지점들이 십분 보강됐다. 다큐멘터리 감독 로버트 드루의 표현을 빌리자면 “돌리도, 크레인도 치워버리고 그냥 찍고 또 찍어서” 완성했던 현장감이 디지털의 힘을 빌려 좀더 생생하게 되살아난 셈이다.

<본 슈프리머시>부터 시작된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 콤비의 조합이 어떻게 세월을 건너뛰고 다시금 연결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본 얼티메이텀>을 극장에서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완성도 문제가 아니다. <제이슨 본>은 어쩌면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제이슨 본>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완성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본의 액션을 진짜로 받아들이게 되는 건 폴 그린그래스의 카메라와 맷 데이먼의 연기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그 순간에 일어나는 마법이다. 세 영화들의 연결지점을 미리 확인한 후 <제이슨 본>을 맞이한다면 좀더 풍성한 연결들이 보일 것이다. 물론 <본 얼티메이텀> 한편만을 단독으로 본다고 해도 망설이지 않고 추천하겠다. 지금 봐도 여전히 신선하다는 사실이 놀라운, 첩보 액션물의 걸작이니 말이다. 현재까진 <본 얼티메이텀>이 본 시리즈의 정점이라 할 만하니 돌아온 <제이슨 본>이 이 높은 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결정적 장면

<본 얼티메이텀>

워털루역 추격 시퀀스

<본 얼티메이텀>을 첩보물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격상시킨 건 단 2개의 추격 액션 신 덕분이다. 첫 번째는 워털루역에서 사이먼 로스 기자와 접선하는 장면. CCTV로 둘러싸인 공공장소에서 CIA 요원들의 추적을 피해 사이먼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리는 장면은 이후 여러 영화에서 차용되기도 했다. 불안한 기자의 표정을 담은 클로즈업과 군중 속에 섞여든 요원들의 위치를 드러내는 원경,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CCTV 화면의 교차편집은 영화의 리듬감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여실히 증명한다. 천천히 죄여오는 본 시리즈 특유의 사실감을 극대화한 연출.

<본 얼티메이텀>

탕헤르 시장 액션 장면

워털루역 시퀀스가 서스펜스의 능수능란한 활용이라면 탕헤르 시장의 지붕을 넘나드는 추격 장면은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액션 시퀀스다. 좁은 골목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니키파슨스와 뒤쫓는 암살자, 그리고 암살자를 막으려는 제이슨 본의 각기 다른 동선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좌우는 물론 옥상 지붕을 활용한 상하의 움직임이 탕헤르의 전경과 구조를 조감하듯 훑는다. 난무하는 점프컷조차 가쁜 호흡을 닮은 클로즈업과 풀숏의 조화. <제이슨 본> 푸티지 영상에서 자신 있게 공개한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 시퀀스도 결국 이 두 명장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이슨 본>에서는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역대 가장 비싸고 화려한 카체이싱 장면도 등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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