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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사랑하는 연기 후엔 사랑에 빠질까?

이 지면에 <칠전팔기 구해라>라는 드라마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슈퍼스타 K> 김용범 PD의 기획.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시선을 끌었던 건 기획의도였다. <슈퍼스타 K>가 되지 못한 사람들, 즉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의 시간이 드라마에서 다시 흐른다. 아예 새로운 기획이 아님에도 조금만 뒤집고 설정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또 다른 생명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tvN의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흥미로운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타이틀 이후 화면에 비치는 영상은 워런 비티와 아네트 베닝,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들이다. 사랑하는 연기를 하고 나면 사랑이 싹트는가,의 실제 예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이 점에 주목한다. 어긋난 사랑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를 배치하고,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들의 감정선의 변화를 추적한다. “연인 역할을 하고 나면 실제 연애 감정이 생기는가?”라는 질문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답을 주고 있는 것이다. 리얼리티 50분과 웹드라마 형식의 <아이언 레이디>가 20여분으로 배치 되는 프로그램의 구성도 흥미롭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홈페이지에는 <아이언 레이디> 홈페이지로의 링크가 배치되어 있다. 인스턴트 형식의 웹드라마와 리얼리티 쇼가 결합되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언 레이디>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만들기 위한 선도 높은 재료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포맷은, 잘된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요리로 스핀오프될 가능성이 높은 기획이다. 열린 결말이 어떻게 되는가도 흥미롭지만 얼마나 먹음직한 결과물들을 내놓을지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