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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지 않은 그 곳에서 늑대가 되어가는 과정 <디브>
김수빈 2016-08-31

<디브>

아라비아 사막의 작은 부족 마을. 디브(자시르 에이드 알휴타트)는 유일한 가족인 형 후세인을 아버지처럼 따르며 지낸다. 어느 날, 한 영국인 장교가 자신을 ‘로마인의 우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곳은 약탈과 무자비한 살육이 난무하는, 사막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다. “손님을 거절하는 것은 형제애에 어긋나는 일이고 사람들이 봉기할 때는 정의의 오른팔이 되거라.” 위대한 전사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후세인은 외지인들을 이끌고 길을 떠난다. 디브는 이들을 몰래 따라나선다. 한때 순례자의 길로 불리던 우물 근처는 이미 강도와 군인들에게 점령당한 상태다.

‘디브’는 ‘늑대’라는 의미의 아랍어 단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영화는 디브라는 소년이 전쟁이 끝나지 않은 사막에서 늑대처럼 강인한 존재로 홀로 서는 과정을 그린다.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마션>(2015) 등에서 장엄한 풍광을 제공했던 와디럼 사막이 영화의 주된 무대다. 곳곳에 흩어진 바위산과 사구가 순례자, 혁명가, 도적, 군인 등 한 갈래로 묶이지 않는 인물들을 은폐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견인한다. 주인공 디브 역할로 데뷔한 자시르 에이드 알휴타트의 연기는 영화의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에서 냉정한 전사의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하고, 몇몇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디브에게 전사로서의 담금질과도 같은 몇 가지 사건을 그린 영화는 막상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만한 지점에서 끝나는 듯한 인상이다. 영국과 요르단 출신의 나지 아부 노워 감독은 데뷔작 <디브>를 통해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오리종티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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