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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예능이라기보다는 영화라는 감각으로! – 구니무라 준
이화정 사진 최성열 2016-09-07

김혜수, 이제훈, 지드래곤보다 솔직히 더 ‘충격적인’ 캐스팅이었다. <곡성>의 외지인 구니무라 준을 어떻게, 또 어떤 역할로 캐스팅한 걸까. 극비에 부친 역할은 작품이 공개되면 낱낱이 밝혀질 테고, ‘어떻게’에 대한 답을 하자면, 숨은 비결은 손편지(!)였다. 장항준 감독이 출연을 고사한 구니무라 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손편지를 보냈다. “당신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이번 작품에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결국 통했고, 촬영전 장항준 감독과 장원석 대표가 일본으로 가 구니무라 준을 만나 작품에 관한 논의를 했다(촬영이 끝난 후 김은희 작가가 다시 구니무라 준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전하며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고 하니, 이들의 ‘아날로그적인’ 인연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곡성>으로 한국에서 인기가 상당하다.

=특별한 변화는 모르겠다. (웃음) 달라진 점은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정도다. 이번 촬영 때문에 올 때도 비행기 승무원들이 “영화 너무 잘 봤다”고 반가워해주시더라. 공항에 내렸을 때도 한국 분들이 함께 사진 찍어달라고해서 많이 놀랐다. 그 정도다. 얘기하다보니 변화가 크네. (웃음)

-그사이 한국 영화, 방송, CF 등의 출연 섭외가 꽤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출연해달라는 곳은 좀 있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기도 했고, 제안 들어오는 역할의 대부분이 일본인 역할이지 않겠나. 어떤 일본인으로 나오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잘 안 맞는 경우도 있어서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무한상사>도 처음엔 몇 차례 출연을 고사한 걸로 알고 있다.

=원래 일본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은 잘 하지 않는 편이라 거절한 것도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곡성>의 영향 때문에 <곡성>과 관련되거나 패러디 같은 걸 연상시키는 거라면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시나리오도 처음에는 그런 의심이 들어서 거듭 거절했었다. <무한상사>는 방송 자체는 예능 방송이긴 하지만, 이번에 참여하는 건 영화 형식이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한상사>에서 맡은 역할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곡성>의 미스터리한 외지인 캐릭터를 활용했을 거라는 짐작이 간다.

=<곡성>처럼 조금 미스터리한 인물로 나오는 건 맞다. 무한상사와 거래하는 거래처에서 일하는 ‘마끼’상이다. 무한상사에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사건을 추적할 때 등장한다. 방송 전이라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웃음)

-<곡성> 현장에서 고생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곡성>과 비교한다면 <무한상사>는 어땠나. (웃음)

=그런 지점에서의 비교라면, 육체적으로는 굉장히 편했다. (웃음)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촬영했는데, 언어의 장벽은 좀 있지만 연기라는 건 감정을 주고받는 일이라 그 부분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연출자의 스타일로만 보자면 ‘비교체험 극과 극’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나홍진과 장항준 감독의 현장은 어떻게 다르던가.

=진짜 극과 극이었다. 감독은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개성이 있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나홍진 감독의 경우 자기 작품 세계에 집요하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어서, 그 부분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장항준 감독은 세심하고 배려를 잘해주는 연출자라 편하게 촬영하고 있다.

-장항준 감독이 당신에 대해 ‘작품을 수락하기까지는 마음을 열기 힘든데, 하기로 마음먹은 후에는 무한 협조적인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오늘 보니 스크린 속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달리, 현장에서는 시종 온화한 태도로 스탭들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딱히 의식해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혼자서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연습하고, 현장에 와서는 편하게 있으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집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상상했던 것과 지금 이렇게 감독님과 배우들을 만난 현장의 분위기를 합쳐서 내 캐릭터와 연기를 만들어나간다.

-차기작 계획도 들려달라.

=최근 출연한 <치하야후루 파트1> <치하야후루 파트2>에서는 젊은이들을 응원하는 착한 선생님 ‘이시카와’로 나오니 기대해주면 좋겠다. 지금은 오사카에서 오우삼 감독이 연출하는 <맨헌트>를 촬영 중이다. 오우삼 감독과는 <첩혈속집>(1992)에 이어 두 번째 만난 작품이다. 어느 나라 작품에 출연한다는걸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항상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두고 연기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곡성>도 <무한상사>도 내게는 진정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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