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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지금 이 순간 - 주지훈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6-09-20

“껍데기 같은 건 벗어던지고 앞뒤 안 가리고 뛰어놀면 되겠다.” <아수라>에 합류했을 때 주지훈이 했던 생각이다. 드라마 <>으로 데뷔한 게 2006년.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을 꽉 채운 30대 중반의 주지훈이건만 <아수라> 현장에선 막내였다. 하지만 다를 건 없었다. “존경하는” 황정민과 “우상” 정우성과 ‘배우 대 배우’로 만나 ‘대결’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존경하는 형들에게 배울 거 잘 배우자”는 마음이 컸다.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배려가 있었기에 주지훈은 위축되지 않을 수 있었다. “김성수 감독님이 그러셨다. ‘현장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 졸리면 자고, 게임하고 싶으면 게임하고. 그렇게 해서 너의 최고의 연기 컨디션을 만들어라.’ 감독님뿐 아니라 모두가 오픈 마인드로 대해주었다.”

“수컷 냄새 물씬 나는 악인들의 지옥도” <아수라>에서 주지훈이 받아든 캐릭터는 도경(정우성)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다. 그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고 대가를 받는 도경의 계획에 의해 박성배의 수행원이 된다. 영화에서 가장 깨끗한 바탕에서 출발해 서서히 악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물이 선모다. 선모는 도경과 성배를 만나면서 차츰 변해간다. 주지훈은 이들이 선모에겐 “선망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선모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경이 나타나서 상대를 제압하거나 목숨 걸고 대신 맞아준 적이 있었을 거다. 그때부터 도경을 쫄래쫄래 따라다니게 되지 않았을까. 누군가 날 위해 좋은 술 사주고 좋은 밥 사주는 건 금방 잊는데 대신 맞아주는 건 오래가는 것 같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생명을 보호받았다는 느낌은 강하게 남는 것 같다.” 한편 성배는 선모의 “또 다른 선망의 대상”이다. “200만원 월급받던 사람이 BMW 차를 아무렇지 않게 선물해주는 사람을 만나니 거기에 홀리는 거지.” 주지훈은 선모, 도경, 성배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흥미롭게 만드는 축이 되어 영화를 떠받친다.

<아수라>에선 몸으로 표현해야 할 것도 많았다. 후반부 정우성과의 액션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정우성 하면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액션영화의 주인공 이미지가 있지 않나. 들짐승들이 서로 맞붙는 느낌이 났으면 해서 일부러 살을 10kg 찌웠다.” 의아한 일이지만 <아수라>는 주지훈의 첫 액션영화다.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 등 주지훈의 신체조건을 생각하면 지금껏 왜 한번도 액션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었을까 싶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좋은 친구들>(2014), <간신>(2014) 등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확실히 흥미로운 이야기에 매료되는 배우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멋있는 액션, 말이 안되는 액션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를테면 평범한 회사원인데 여자친구를 지키려고 540도 발차기 하는 거. 그런 판타지를 개인적으로 즐기지 못한다. 액션보다 서사 중심의 작품을 좋아한다. 가을 하늘 같은 영화, 풀숏으로만 구성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웃음)”

<아수라>를 통해 주지훈은 액션도 경험했고, 악인의 얼굴도 가져보았다. “어마어마한 감정 신을 힘들게 찍고도 ‘한번 더’를 외치는” 끝내주게 멋진 형들도 만났고, “참여해서 참 행운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작품도 만났다. 다만 남은 한 가지 바람은 “흥행”이다. “혼자서 즐기려고 영화 만드는 거 아니니까, 이제는 좋은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주지훈은 솔직하게 말했다. <아수라> 이후 현재는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를 촬영 중이다. <아수라>의 선모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인,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성격의 저승사자 해원맥이 돼서 하정우, 차태현, 임원희, 오달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아수라>와 <신과 함께> 모두 배우의 이름들이 주는 기대가 큰 작품이라 그 기대를 만족시켜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예나 지금이나 인터뷰를 하면 매번 지금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역시나 지금 이 순간이 내겐 정말 중요한 시기 같다.”

황정민이 주지훈에게

“(주)지훈이가 연기한 문선모는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처음에는 평범한 경찰이었다가 어떤 일을 겪으면서 다른 성격으로 변하는 캐릭터이지 않나.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아 난이도가 높은 역할이다. 그걸 잘해냈을 때 쾌감이 큰 것도 그래서다. 내가 젊었다면 문선모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지훈이가 너무 잘했다. 정말 잘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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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양유정 / 헤어&메이크업 임해경 실장 / 의상협찬 산드로, 시스템, 닐바렛, 지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