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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남녀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로망 포르노를 만들고 싶었다” - <바람에 젖은 여자>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6-09-21

시오타 아키히코는 대학 재학 중 만난 구로사와 기요시와 독립영화를 다수 만들었고, 구로사와 기요시의 데뷔작 <간다천음란전쟁>(1983)과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1985)에서 조연출을 거쳤다. <살인의 낙인>(감독 스즈키 세이준, 1967)의 시나리오작가이자 닛카쓰의 조감독으로 일했던 야마토야 아쓰시 아래서 수년간 시나리오 수업을 듣기도 했다. <달빛 속삭임>(1999)으로 연출 데뷔했고 <해충>(2001), <환생>(2003) 등으로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로망 포르노 신작 <바람에 젖은 여자>는 젊고 강인한 여자에게 마음을 뺏긴 극작가 고스케의 이야기다. 자전거를 타고 날아와 고스케의 마음에 박힌 여자 시오리는 체면과 소신을 지키려는 고스케의 정신을 뒤흔들고, 두 남녀는 거친 싸움을 통해 사랑을 확인한다.

-<바람에 젖은 여자>를 구상한 계기가 궁금하다.

=역사의 한 부분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 (웃음) 우연히 인터넷에서 공원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젊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어딘가 집을 짓고 산다는 생각은 그로부터 나왔다. 구마시로 다쓰미 감독님의 <방황하는 연인들>의 첫 장면에서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자전거를 탄 여자가 남자의 일상으로 뛰어든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어 빌려왔다.

-존경받는 극작가가 자신의 의지를 지키려 애쓰지만 결국 여인의 매력에 농락당하고 만다는 설정이 유쾌하면서도 통렬하다. 캐릭터 설정에 관해 말해준다면.

=릿쿄 대학에서 2년간 연기를 배우며 연극 세계의 매력을 알게 됐다. 극작가라면 여러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니 재밌는 것이 나올 것 같아서 일단 남자를 극작가로 설정했다. 여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성적으로나 강한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강한 여자를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던 차에 마미야 유키를 발견했다. 오디션 중 즉흥 연기를 시켜보니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싸움을 잘한다고도 했다. (웃음) 프로필을 그 이후에야 봤는데 (닛카쓰의 조감독으로 일한 바 있는) 이시이 다카시 감독님의 <내 여친은 피규어>(2013)에 출연한 경력이 있더라.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다. (웃음)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남성과 여성 각각의 성적 욕망을 고르게 다뤘다. 특히 개성이 다른 세 여자가 등장해 욕망을 마음껏 드러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로망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남성 판타지를 위한 영화인데 나는 남녀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도 강한 여성이 남성을 압박하는 설정이 좋다. <바람에 젖은 여자>가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심사위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종의 스크루볼 코미디 같은데, 시나리오 단계나 촬영, 편집 단계에서 참고한 텍스트들이 있나.

=<천녀유혼>(1987)과 같은 일련의 홍콩영화들과 존 카사베츠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매칭이 전혀 안 되는 것들끼리 만나게 하는 등 독창적인 무드를 참고하려고 했다.

-<바람에 젖은 여자>에서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고려들을 했나.

=규칙상 10분에 한번씩 섹스 신이 등장해야 했기 때문에 세 여성 캐릭터 각각에 어울리면서도 관객이 보면서 질리지 않을 다양한 체위들을 구상하려고 했다. 나는 즉흥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타입이라 미리 어떤 생각을 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에로티시즘이란 건 현장에서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도 조율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유머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스승 야마토야 아쓰시도 숱한 핑크영화를 연출했다. 자신이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정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야마토야 감독님은 오락영화이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예술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을 만드셨다. 유머와 예술성을 잃지 않는 점을 배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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