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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할머니의 먼 집>
윤혜지 2016-09-28

<할머니의 먼 집>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할머니(박삼순)의 자살 시도에 충격을 받은 이소현 감독은 곧장 할머니가 있는 화순에 내려가 할머니와 일주일씩 시간을 보내다 온다. 발치 가까이까지 온 죽음을 기다리며 혼자 화순에서 늙어가는 것이 외로우셨던 까닭인 것 같다.

이제는 더이상 먹이고 키울 손주도 없어 할머니는 고독을 견디고자 바지런히 화초를 가꾸고 집 안을 정리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라 할머니에게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이소현 감독은 할머니의 임종을 준비하는 집안 어른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엔 여전히 ‘우리 할머니를 어디에도 보낼 수 없다’는 어린 시절의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먼 집>은 이소현 감독이 할머니의 지금을 보듬고 얼마나 더 남았을지 모를 할머니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고자 만든 다큐멘터리다. 계획 없이 시작한 촬영, 두루뭉술한 서사에 찰나의 순간을 다급히 찍은 휴대폰 영상들도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어 만듦새는 정돈돼 있지 않다. 하지만 거칠고 투박한 만듦새는 할머니를 향한 이소현 감독의 끈끈한 애정과 집착을 한치의 덜어냄도 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 일종의 장(章)으로 활용된 어린 시절의 일기는 부족한 서사를 메우고 다큐멘터리가 향하게 될 곳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할머니의 먼 집>은 진심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서사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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