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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결국 나의 이상을 대상에 투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니나 포에버>

누군가를 목숨 걸고 사랑했던 이를 욕망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1년 전 교통사고로 여자친구를 잃은 뒤 자살기도를 반복한다는 롭(시안 베리)을 보며 홀리(아비게일 하딩햄)는 강하게 끌린다. 누군가를 죽을 만큼 사랑했던 이에게 사랑받는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라는 생각 때문이다. 함께 근무하는 슈퍼마켓에서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진 롭과 홀리는 첫 데이트에서 섹스를 한다. 절정의 순간 롭의 전 애인 니나(피오나 오쇼너시)가 침대보를 피로 물들이며 나타난다. 기괴하게 뒤틀린 팔과 다리, 상처투성이 얼굴로 나타난 니나는 이후 둘이 관계를 가질 때마다 등장해서 기묘한 ‘스리섬’을 만든다. 끔찍한 공포는 물론이고 매번 피범벅이 된 침대보를 갈아야 하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롭을 포기할 수 없었던 홀리는 니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다. 한편으로 롭은 자신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던 니나의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 홀리와 함께 분투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다.

전 애인을 죽을 만큼 사랑한 이를 사랑할 때의 딜레마는 열정적인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이것이 진짜 나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누군가의 대리물로 전락한 것인지를 계속 의심하는, 지독한 덫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홀리와 롭 그리고 수시로 둘 사이에 끼어드는 니나의 대화는 그러한 내적 갈등을 외화한 것이다.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착각은 종종 모든 것을 감수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무모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목숨을 건 사랑’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홀리의 내면을 물질화한다. 그로테스크한 비주얼과 엉뚱한 사건 전개에서 기발한 상상력이 엿보이지만 열아홉이라는 홀리의 나이 때문인지 묘사되는 욕망의 양상이 다소 순진하고 진부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을 비롯한 대부분의 감정적 관계들이 결국 자아의 이상을 대상에 투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통쾌하게 까발려주는 이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결국 사랑이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은 다 자존감의 문제다. 누군가를 치유하고, 인정해주겠다고 자아를 내던져버리면 그토록 갈구하던 사랑이 온데간데없이 증발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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