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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도전은 나의 힘 - <스플릿> 이정현과 정성화
이예지 사진 최성열 2016-11-15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스플릿>의 두꺼비(정성화)와 희진(이정현)에겐 한치의 물러섬도 있을 수 없다. 희진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토우볼링장을 지키려 고군분투하지만 두꺼비는 토우볼링장을 인질 삼아 사사건건 희진과 철종(유지태)을 압박한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사이건만 실제로 마주한 두 배우의 분위기는 한없이 친근했다. “토우볼링장에서 두꺼비가 희진을 위협하는 장면은 살벌하지만 실제론 재미있게 찍었다. 서로간의 신뢰가 있었고, (정성화)오빠는 테이크 전에 ‘정현아, 미안해’ 라고 꼭 말하곤 했다. (웃음)” 이정현의 말에 정성화 역시 동의한다. “긴장이 많이 됐는데, 호흡이 척척 잘 맞아 대부분 첫 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난 신이다.”

신뢰감이 단단히 형성된 두 배우 사이엔 오랜 역사가 있다. “정현이가 가수로 활동할 때부터 팬이었다. 뮤지컬 데뷔작인 <아이러브유> 때 정현이가 공연을 보러왔었는데, 얼마나 좋던지. (웃음) 배우로서 멋있게 연기하는 모습도 응원하며 지켜봤다. 이런 배우와 함께 연기할 수 있다니 영광” 이라는 정성화의 상찬에, 이정현은 “오빠는 뮤지컬의 ‘황제’인데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겸손하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배려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라며 웃는다.

이번 작품에서 이정현과 정성화는 여태까지 맡지 않은 캐릭터에 도전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의 비극적인 앨리스 수남, <범죄소년>(2012)의 미혼모 효승 등 구구절절한 사연을 품은 배역을 연기해온 이정현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나 밝고 명랑하며 평범한 캐릭터라 놀랐다. ‘나한테 이런 캐릭터가 들어오다니’ 했을 정도”라고 소회를 밝힌다. 그는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희진에게 또 다른 면모를 더할 것을 최국희 감독에게 제안했다. “처음엔 마냥 밝고 순수한 젊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도박꾼들을 상대하는데 순진무구하기만 하면 안 되지 않겠나. 희진이 가짜같이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이정현의 제안으로, 희진은 “원래 ‘허당’이지만 센 척하기 위해 일 나갈 땐 바바리코트를 입고 힐로 갈아 신는다”는 설정 등이 추가됐다. 그는 연기해온 캐릭터 중 평범한 축인 희진이 “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산전수전 겪은 캐릭터들을 연기할 땐 흙칠하고 굴렀는데, 이번엔 예쁘게 입고 금방금방 찍으니 이상한 죄책감도 들더라. (웃음)”

한편, 뮤지컬계에서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과 <영웅>의 안중근 등의 역할을 소화했고, 영화에선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여관 주인, <서부전선>의 연대장 등 사람 좋은 선한 역을 주로 맡아온 정성화에게 두꺼비는 처음 맡아보는 본격적인 악역이었다. “감독님이 정성화의 악역을 꼭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내 눈이 악역을 해도 좋을 눈이라고. (웃음)” 그는 “배우 인생에서 꼭 한번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힌다. “정말 바라던 기회였다. 개그맨 출신 배우들에겐 보통 웃기는 조연 역할이 주어지지 않나. 통념을 깨고 싶었다.” 두꺼비 역을 기꺼운 마음으로 맡은 그는 두꺼비를 “절대악이라기보다는 주인공과 대치되는 입장에 있는 인물로 이해”했다. “철종에게 자격지심이 많은 캐릭터다. 선수 시절 2인자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그의 주변을 계속 맴돌면서 괴롭히는 거다. 인간의 어느 한구석엔 그런 가학적인 측면도 있지 않나. 돌이켜보면 나도 어릴 적 싫어하는 동기가 있었으니. (웃음)” 두꺼비 내면에 대한 이해를 선행한 그는 “실실대고 웃으면서 악행을 하는 캐릭터”를 잡았고, “대사를 조근조근 들릴락 말락하게 하거나 다이내믹한 톤으로 하는” 완급조절 끝에 능글맞은 악당, 두꺼비를 만들어냈다.

각각 뮤지컬 배우, 가수 출신으로서 한 신을 풍미하기도 한 정성화와 이정현은 “우리의 공통점은 욕심도 열정도 많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정성화는 뮤지컬 <킹키부츠>에 출연 중이고, 이정현은 영화 <군함도>를 촬영 중이다. 정성화는 “배우로서 안주하기보다 늘 도전하려는 마음이 날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고백하고, 이정현은 “연기하는 게 정말 행복해서, 내 촬영 분량이 없을 때도 현장에 나온다.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운다. 그들은 “다음엔 뮤지컬영화에 함께 출연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101번째 프로포즈>(1993)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남녀주인공으로. 둘 다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니 적절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정성화다. “개그맨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고, 언젠가 뮤지컬 영화도 할 수 있을 거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 말을 믿는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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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스타일리스트 김령화·헤어 김소희(마끼에)·메이크업 진하·의상협찬 반하트 디 알자바, 권오수클래식 / 이정현 스타일리스트 이보람 실장, 김현정 팀장(인트렌드)·헤어 손예산 팀장(순수청담설레임점)·메이크업 최수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