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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두 연인의 애잔한 얼굴 <얼라이드>
장영엽 2017-01-11

히틀러의 위협이 유럽 전역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던 1942년, 영국 정보국 장교인 맥스(브래드 피트)는 카사블랑카에서 독일 대사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작전상의 ‘가짜 아내’를 만나러 간 장소에서, 그는 매력적인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마리옹 코티야르)과 마주하게 된다. 거짓 웃음과 거짓 키스, 허구의 신분으로 맺어진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진짜가 되어간다. 카사블랑카에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맥스는 런던으로 돌아와 마리안과의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사랑스러운 딸도 낳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맥스는 정보국으로부터 마리안이 독일 스파이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은 게임인가요?” 마리안에게 스파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맥스는 이렇게 되묻는다. 음모와 배신이 공기처럼 만연하던 시절, 감정은 사치이며 위장은 미덕이다. <얼라이드>는 인간의 감정이 파워 게임의 도구로 소비되던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비련의 연인들을 조명하는 영화다. 카사블랑카의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진심과 거짓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조명하는 전반부는 1940년대 할리우드 고전 멜로드라마의 로맨티시즘을 떠올리게 하며, 공습 경보가 일상적으로 울려퍼지는 런던에서 진행되는 후반부는 첩보 스릴러 장르의 정서가 보다 짙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로맨스를 테마로 한 로버트 저메키스의 첫 번째 영화라는 점이다. 할리우드의 기술적 진보를 선도해왔던 테크니션의 신작답게 시각적으로 황홀한 장면은 여전하지만, 영화를 본 뒤 그보다 더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건 두 연인의 애잔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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