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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가 되기 위해 이들이 겪어야 했던 불합리한 차별 <히든 피겨스>
이주현 2017-03-22

1960년대 미국 사회는 여권신장운동과 흑인인권운동으로 뜨거웠다. 다시 말해 그 시절 미국에서 흑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중의 차별에 맞서야 했다는 얘기다. 미국과 러시아가 한창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 초반,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소속 세 여성 캐서린(타라지 P. 헨슨), 도로시(옥타비아 스펜서), 메리(저넬 모네이)는 자신들의 능력을 과소평가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천재 캐서린은 미국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임시직으로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백인 남성 동료들은 캐서린을 동료로 여기지 않으며 사물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꺼려한다.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도로시는 부서 관리자로의 진급을 요구하지만 번번이 좌절을 맛보고, 엔지니어가 되고자 하는 메리 역시 백인들만 입학 가능한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지만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법을 바꿔야 할 판이다.

<히든 피겨스>는 백인 남성 위주로 쓰인 미국 나사의 역사를 새로운 판본으로 서술한다. 미국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서 핵심 업무를 수행한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과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책임자 도로시 본,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 메리 잭슨 등 ‘숨은’ 공로자들의 이야기를 양지로 꺼낸다. 최초가 되기 위해 이들이 겪어야 했던 불합리한 차별의 묘사가 불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독한 안타고니스트가 없는 탓인지 이들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이 아름다운 동화처럼 그려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런 따뜻하고 희망찬 기운이 <히든 피겨스>만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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