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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황선용 소니픽처스릴리징인터내셔널 대표

약 1년10개월 만의 컴백이다. 2014년 10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소니픽처스릴리징인터내셔널(이하 소니)이 지난 2월 올해 라인업을 발표하며 한국 시장에 복귀했다. 당시 “세계 경제 불황 탓에 영화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철수 이유였고, 소니가 철수한 뒤로 소니 라인업은 UPI 라인업을 통해 배급돼왔다. 그러다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소니는 한국 시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소니의 출사표를 듣고 싶어 황선용 대표에게 만남을 청했으나 처음에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소니의 전신인 컬럼비아트라이스타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26년간 소니 외길 인생을 걸어오면서 단 한번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그다. 황선용 대표가 그리고 있는 소니는 디즈니, UPI,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파라마운트 등 기존의 직배사 질서에 어떤 긴장감을 부여할까.

-한국 시장 철수 이후 약 2년 만의 복귀다.

=정확하게 1년10개월 만이다.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운동하고, 여행 다니고, 책 읽고. 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그렇게 많이 가진 건 처음이었다. 일할 때 몸이 안 좋았는데 쉬면서 나아졌다.

-회사 다닐 때 기억도 나던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워낙 잘 쉬어서. 38살 때쯤인가, 대학원을 다닐 때는 공부하는 게 힘들면 회사 생활이 그리웠는데 50대 중반이 되니 일에 대한 후회 같은 건 없다.

-당시 소니는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해 영화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이유로 철수했는데.

=자세한 얘기를 꺼낼 수 없다. 본사가 그런 결정을 내린 건 그 이유 그대로였다.

-본사의 결정 때문에 힘들진 않았나.

=직원들도, 나도 많이 힘들었다. 철수 직전 개봉시켰던 영화가 <퓨리>(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2014)였다.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 성적이 흥행한 축에 속한다(<퓨리>는 관객 13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모았다). 한국에서 철수하는 상황에서 거둔 흥행을 본사가 좋게 봐준 것 같다.

-한국 시장에 컴백하니 어떤가.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다행이다. 지난 2년 동안 개인적인 시간이 2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50대 중반인 내 나이를 고려했을 때 다른 회사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가 소니 본사로부터 한국 지사 재개에 대한 언질을 들었다. 소니가 철수한 뒤로 유니버설이 소니 영화를 배급하고 있었는데, 소니 라인업이 많아지면서 ‘소니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내용의 얘기였다. 운이 좋게도 복귀 분위기가 형성됐다.

-소니는 “전세계 5위 규모로 성장한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가능성 때문에 복귀”했다고 밝혔는데.

=그게 가장 큰 이유다. 또 회사 라인업이 편수가 늘어나고 개성이 다양해진 이유도 있다.

-조직을 새로 세팅하는 과정에서 그린 밑그림은 무엇인가.

=지난해 10월에 시작해 약 3개월 동안 사람도 뽑아야 했고, 사무실도 얻어야 했다. 젊은 친구들과 일을 해야 되겠다, 꼭 영화쪽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같은 원칙이 몇 있었다. 세팅을 시작한 지 지금까지 두달 반 정도 지났는데 다행히도 직원들이 영화일 경험이 없어도 업무에 금방 적응하더라.

-사무실을 합정역 근처로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

=강남에만 20년 넘게 있지 않았나.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파트너 회사들이 근처에 있고, 방송사들도 상암동에 있으니 이곳이 적합했다. 잘 온 것 같다.

-지난 2월에 올해 라인업이 발표됐다. <라이프> <스파이더맨: 홈커밍> <다크 타워> <블레이드 러너 2049> <베이비 드라이버> <인시디어스> 네 번째 시리즈, <쥬만지2> <스머프: 비밀의 숲> <스타> <이모티: 더 무비> 등이 그것이다.

=장르도, 규모도, 개성도 다양한 작품들이다. 이중에서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지난 26년간의 소니 생활과 함께해온 작품이라 애착이 크다.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2> <스파이더맨3>는 소니에서 배급할 때 영업을 했던 작품들이고, 그다음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마케팅을 직접 맡았었다. 한국 시장에 컴백하면서 새 시리즈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다시 만났다.

-소니가 UPI,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이십세기폭스, 파라마운트 등 기존의 직배사 시장 질서에 어떤 긴장감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나.

=글쎄. 시장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은 없다. 영화 일이 전쟁이라고 생각지 않는 까닭에 다른 직배사들을 경쟁사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니 영화를 가지고 얘기하면 된다. 가장 큰 걱정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다. 직원들과 재미있게 일하기 위해 모두의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배급 편수가 많아지면서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한국영화다. 규모가 크고 많이 알려진 영화들은 피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에 덜미를 잡힐 수도 있지 않나. 지뢰 밟는 걸 조심하고 있다. 규모가 큰 영화들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지난해 칸에서 화제가 됐던 <엘르>(감독 폴 버호벤, 2016) 같은 작은 영화는 직접 챙길 생각이다.

-옛날얘기도 묻고 싶다. 영화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지금의 한화인 한국화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껴 광고 회사로 옮겨 광고 일을 했다. 1991, 92년 당시는 해외에 나가 광고 촬영을 하고, 해외의 스탭들을 데려와 한국에 찍는 바람이 불었다. 광고 제작 코디네이션을 해주는 광고 회사를 차려서 현대자동차,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굵직한 회사들의 광고를 진행했다. 광고 찍느라 여행도 많이 다녔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광고 일이라는 게 젊은 사람이 하기엔 편한데 장래를 생각하기엔 고민이 좀 됐다. 1994년 컬럼비아트라이스타(소니의 전신) 한국 지사가 오라고 해서 갔다. 영화를 잘 몰랐지만 영화를 좋아해 진로를 바꿨다.

-컬럼비아트라이스타에 들어가자마자 맡은 일은 뭔가.

=전공이었던 마케팅. 서구에서 유행하던 마케팅을 들여와 신선한 시도를 많이 했었다. 재미있는 게, 회사에서 처음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마케팅을 한 영화가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던 <가을의 전설>(감독 에드워드 즈윅, 1994)이었다. 한국 시장 철수할 때 맡았던 <퓨리> 또한 브래드 피트 출연작이고. 브래드 피트가 <퓨리>로 내한했을 때 그에게 “당신 영화로(영화 경력을) 시작하고, 끝낸다”고 얘기했고,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1994년부터 쭉 소니에서만 일했던 건가.

=1996년부터 2년 동안 대학원을 잠깐 다녔다. 전공은 관광학이었다. 그쪽으로 빠지려고 노력했는데 실패하고(웃음), 2000년 컬럼비아가 영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해와 다시 합류해 영업을 했다. 2006년 소니와 디즈니가 합치면서 마케팅으로 복귀하게 됐다(2016년 11월 30일 소니픽처스릴리징인터내셔널과 월트디즈니모션픽처스 그룹은 두 회사의 영화와 한국에서 자체 제작된 영화를 공동으로 배급하는 합작투자회사인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오랫동안 마케팅을 했던 경험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겠다.

=영업이 마케팅보다 중요했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지금은 마케팅이 잘돼야 영업도 잘된다. 마케팅으로 경력을 시작한 건 운이 좋았다. 소니가 다시 불러준 가장 큰 이유도 마케팅쪽 출신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26년 소니 외길 인생인 셈이다.

=달리 갈 데가 없어서. 딴 길로 샐 것 같으면 꼭 부르더라. (웃음) 대표 자리에 올라 기존의 조직과 인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던 2010년과 달리 지금은 시스템, 인력 모두 직접 꾸려야 한다는 점에서 각오가 새롭다. 진짜 새로운 출발이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잘하려고 한다.

-2년 전 철수 경험이 큰 공부가 된 것 같나.

=큰 경험이었다.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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