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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한국영화 속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 6위 ~ 9위
이화정 2017-04-10

06 <> 감독 이창동, 2010 미자 윤정희

레이스 달린 옷을 입고 꽃을 좋아하는 미자는 아름답고자 하지만 (손자의 죄로 인해) 아름다울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시를 쓰고자 하지만 쓸 수 없게 된 미자는 “모성을 안으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음으로써 여성의 원숙에로의 도달, 또는 여성 그 자체로의 회귀”(강석필 감독)다. 미자는 결국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고 충실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급진적 주체이자, 타자의 고통에 가장 윤리적으로 응답하는 자”(손희정 평론가)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슬픔을 관통해, 단호하게 단죄에 협조하는 여성”(변영주 감독)이다.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캐릭터의 이름과 배우 본명이 겹쳐진 혼연일체의 연기”(원신연 감독)로 미자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했다. <만무방>(1994) 이후 영화계를 떠났던 윤정희는 그렇게 지금의 관객과 만났다.

06 <아가씨> 감독 박찬욱, 2016 히데코 김민희

“스스로를 구원한 여성들.”(박혜경 앤드크레딧 대표) 숙희(김태리)와 짝을 이룬 히데코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자신을 착취하려던 남자들을 보란 듯이 뒤통수를 때림”(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으로써 한국영화사에 가장 ‘통쾌함을 안겨준 캐릭터’로 회자된다. 히데코의 등장이 각종 페미니즘 이슈가 제기된 2016년이라는 점에 한층 더 의미가 부여된다. 히데코는 “한국 사회의 남성성과 접점을 벌이는 시기에 나와준 멋진 캐릭터”(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일그러진 남성 중심의 욕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권미경 CJ E&M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독보적 행보를 걷는 캐릭터다.“시대극 안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전과 변혁을 이야기한 여성 캐릭터”(이윤정 퍼스트룩 대표) 히데코는 지금의 여성들에게 든든한 지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08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2016 연홍 손예진

“지금까지 없었던 어머니의 등장.”(손희정 평론가) 딸을 찾아 헤매다 복수에 이르는 연홍은, 스릴러 장르에서 태어난 캐릭터가 아니라 오히려 영화를 스릴러 장르로 만들어나가는 캐릭터다. 이경미 감독은 연홍을 통해 “아이를 잃은 여성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연홍은 딸을 찾는 한편, 국회의원에 출마한 남편의 유세 현장을 백업하는 자기 욕망이 역시 강한 여자로 그려진다.”“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아이를 잃은 후, 식음을 전폐하고 오열하는 대신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정신을 붙들어 매려 안간힘을 쓰는 연홍의 읊조림은 ‘엄마’로 짐지워진 한국 여성의 전형을 깨는 기억할 만한 대사로 남는다. 주저앉는 대신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스스로의 힘으로 정면 돌파한 캐릭터”(윤가은 감독)로 나아간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수상.

09 <차이나타운> 감독 한준희, 2015 우희 김혜수

영화 속 ‘엄마’는 돈이 되는 일만을 위해 자비 없이 움직이는 비정한 도시,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 엄마의 말은 곧 법이자 냉기가 감도는 그곳의 온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촉매제다. “일반적으로 남성 캐릭터가 쥐고 있는 사건의 전개를 주도적으로 이끈 캐릭터”(장보경 딜라이트대표)를 극의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남성이 주도하는 한국 장르영화에 질문을 던진다. 그리하여 “여성성과 남성성이 균형 있게 조합된 장르영화 속의 신선한 실험”(전철홍 시나리오작가)을 전개한다. 모성을 기반으로 한 ‘엄마’는 독특한 “중년 여성의 캐릭터를 무한 영역으로 확장시켜놓은 여성 캐릭터”(송종희 분장감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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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세준 스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