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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김수빈 2017-05-24

전설의 도둑, 루팡(야마다 야스오)과 지겐(고바야시 기요시)은 카지노를 터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훔친 돈을 뜯어보니 전부 다 위조지폐다. 루팡은 이 김에 ‘위조지폐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칼리오스트로를 털기로 한다. 섬에 들어서는 루팡 일행 곁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그를 뒤따르는 남자들의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진다. 추격전에 가세한 루팡은 여자를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손에는 특이한 문양의 반지와 하얀 장갑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보다 5년 앞선 1979년에 제작돼 일본에서 개봉했다. 이어지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품들에 비교하면 그림체가 투박하고 단순한 편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특유의 스타일 또한 느낄 수 있다. 몽키 펀치가 그린 만화 <루팡 3세>가 영화의 원작으로, 1967년에 연재를 시작한 만화는 최근까지 TV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영화로 리메이크될 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 작품은 원작이 가진 여러 매력적 요소 중 특히 캐릭터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자신감과 위트가 몸에 밴 주인공 루팡은 물론이고, 인터폴 요원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순수하고 우직한 제니가타, 걸크러시의 원조 격인 후지코 등 위기마다 등장하는 조력자 캐릭터들을 근사하게 설계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의 숯검댕이들처럼, 떼로 등장하는 그림자 암살단 캐릭터도 재밌다. 전체적인 플롯은 고전동화의 클리셰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모험 활극에 능한 감독의 장기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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