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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가 뭐냐면 무지하게 화가 나서 그걸 발산하는 음악이지” <노후 대책 없다>
이주현 2017-06-28

하드코어 펑크밴드 스컴레이드의 멤버인 이동우 감독은 “영화 촬영부로 몇주간 개고생”한 다음날 홧김에 뭐라도 찍어보자는 심정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한다. 밴드 파인더스팟의 송찬근, 심지훈 등 이동우 감독의 음악하는 친구들은 장난인 듯 장난 아닌 촬영놀이를 즐기며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낸다. 2015년 3월, 파인더스팟과 스컴레이드는 일본의 펑크 페스티벌에 초대된다. 밴드 멤버들은 공연하고 술 마시고 공연하고 술 마시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도쿄와 오사카 투어를 무사히 마친다. 그러는 동안 스컴레이드는 일본 펑크신에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다. 파인더스팟의 송찬근은 마이크로 이마 깨기를 시연하다 생긴 영광의 상처를 안고 한국으로 돌아와 공연하고 술 마시고 취해서 우는 일을 반복하고, 심지훈은 쌍용차 및 세월호 집회 등에 참가했다가 연행되면서 징역과 벌금형을 떠안아 고민이 깊다.

<노후 대책 없다>는 파인더스팟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X나게 공부하고 X나게 스펙 쌓고 X나게 취직하고 뒤져.” 착실하게 살거나 말거나 노후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인 세상에 화가 난 펑크로커들은 음악으로 그 분노를 표출한다. “무지하게 화가 나서 그걸 발산하는 음악이 펑크지. 시끄러워도 더 시끄럽고, 빨라도 더 빠르고, 미쳐도 더 미치고.” 밴드 반란의 보컬이었고 한국에선 미래를 찾을 수 없어 미국으로 이민간 강용준이 말하는 펑크란 그렇다. <노후 대책 없다>는 진지하지만 웃기고 웃기지만 슬픈 펑크로커들의 초상을 순수하게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변방의 하위문화와 정치운동이 결합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2016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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