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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의 ‘디스토피아’
이송희일(영화감독)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2017-08-03

2012년 트위터를 개설했다. 숫제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 탓이다. MB 정부 들어 문화계가 만신창이가 되어가던 중 영화계에도 그 쓰나미가 당도했다. 특히 독립영화계가 입은 내상은 깊고 선연해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고 있다. 그때 만든 게 트위터였다. 망가진 영진위와 조희문 전 위원장이 독립영화계를 어떻게 폐허로 만들고 있는지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

그러던 어느 날, <씨네21>에서 전화가 왔다. 지면에도 글을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내 우울한 글이 ‘디스토피아로부터’ 코너에 어울릴 것 같다나. 청탁에 응했던 첫 번째 이유는 물론 쥐꼬리만 한 원고료라도 챙기면 생활에 보탬이 될지 않을까 하는, 알량한 재주나마 써먹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테고, 두 번째는 MB 정부가 망치고 있는 삶의 풍경을 하나라도 더 독자들과 공유해야겠다 싶은 절박함 때문이었으리라.

그런 절박함을 부여잡고 쓰기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됐다. 그사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녹조 파티로 토건 세력을 배불리며 임기를 마감했고, 뒤이어 더 천박한 인간들이 청와대를 꿰찼다. 그사이 우리네 삶의 풍경은 한시도 바람이 잦은 적이 없었다. 강정, 밀양, 국정교과서 등 도처에 비명이 울렸다. 또 사회 전반이 보수화되면서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들끓어 올랐다. 그러다 급기야 세월호가 가라앉고 말았다.

굳이 상상력을 가미할 필요도 없이, 어떤 순간의 한 단면만 잘라내도 그냥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렸다. 물론 감격스러운 장면을 처음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촛불’이 그렇다. 부패한 정부를 끌어내리고 세월호를 육지로 끌어올린 국민의 힘을 떨리는 가슴으로 목도했다.

그렇게 매달 아픔과 눈물을 벗 삼아 5년 동안 써온 칼럼이 60여편. 영화 촬영 중에도 꾸역꾸역 짬을 내 5년을 개근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부로 ‘디스토피아로부터’ 칼럼 필자 역할을 그만둔다. 유토피아가 도래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완벽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민초들의 한탄과 주름이 켜켜이 쌓여 있고, 고개만 돌려도 타자들의 처연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저 촛불의 힘을 믿고 우리 사회가 우직하게 정진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칼럼 쓰는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더 늦기 전에 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다. 트위터도 그간의 기록을 모두 삭제했고, 쓰던 다른 칼럼도 모두 중단했다. 그동안 너무 많은 말을 쏟아냈다는 피로와 자괴감, 그리고 이제는 영화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어떤 절박함 때문이다. 아울러 딴따라들이 더이상 돌출되지 않고 딴따라의 세계에서 노래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희망과 염원도 슬며시 얹어두었을 터다.

그동안 함량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 제현께 송구한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5년 동안 지면을 허락해주고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지면까지 넉넉히 챙겨준 <씨네21>에도 깊이 감사한다. 다음에는 새 영화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