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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종의 전쟁> 이전의 이야기와 원작 소설 그리고 같은 소재의 영화들
임수연 2017-08-14

인간을 압도하는 존재, 유인원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에 이은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1, 2편을 관람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감상하긴 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3편 이전의 이야기를 간략히 요약했다. 또한 ‘인간을 압도하는 유인원’이라는 설정을 공유하는 원작 소설 및 다른 영화도 정리했다.

인간보다 똑똑한 유인원의 탄생

원작 소설 <혹성탈출>(1963)이나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1968),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2001)에 비해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는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똑똑해지게 된 배경이 상세하게 등장한다. 치매 증상을 앓는 아버지 찰스 로드만(존 리스고)을 치료하기 위해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은 뇌세포 증식을 통해 자가 치유력을 가지는 유전자 치료제 ALZ-112를 개발한다. 연구소에서 동물들을 대상으로 약의 효과를 실험하던 과정에서 ‘밝은 눈’으로 불리던 침팬지가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프로젝트는 중단된다. 하지만 ‘밝은 눈’은 갓 태어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들을 적대시한 것이었고, 윌은 그의 자식을 집에 몰래 데려와 키운다. 그가 <혹성탈출> 시리즈의 주인공 시저다.

유인원의 반란, 인간의 위기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초반을 보면, 시저가 윌의 집에 오고 5년이 흐른 뒤 시저는 윌의 집에서 바깥세상과 거의 격리된 채 살고 있다고 나온다. 한편 ALZ-112의 효과를 보며 일시적으로 치매 증상이 완화됐으나 항체가 생겨 오히려 전보다 상황이 악화된 찰스는 이웃과 실랑이를 벌인다. 이 모습을 보고 분노한 시저가 주민에게 상해를 입히면서 동물 보호소에 보내진다. 시저는 보호소의 유인원들에게 명석한 두뇌와 리더십으로 신뢰를 얻게 되고, 윌의 집에서 몰래 가져온 ALZ-112를 동료들에게 노출시켜 그들의 지능을 향상시킨다. 힘을 합쳐 보호소를 탈출한 유인원들은 ALZ-112의 효과에 뒤늦게 관심을 보인 젠시스 제약회사에 감금된 실험용 유인원들을 구해내는 데에도 성공한다. 한편 ALZ-112가 인간에게 노출됐을 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나중에서야 드러나고, 이 바이러스가 전 지구로 퍼지며 극소수를 제외한 인간 대부분이 사망한다.

원작 소설 피에르 불의 <혹성탈출>

원작 <혹성탈출>은 유인원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게 된 이유도 나오지 않고, 전개상 비약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다른 창작자들에게 각자의 상상력을 빈틈에 채워넣는 방식으로 영감을 줬고, 영화 및 TV시리즈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우주를 떠도는 우주비행사 진과 팰리스가 우연히 윌리스 메루라는 인간이 남긴 일기가 담긴 유리병을 발견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일기는 동료들과 우주를 탐사하던 그가 소로르라는 행성에 착륙하며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이며, 인간들은 노예처럼 부려진다.

코바는 누구?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는 시저가 코바의 죽음에 대해 갖는 죄책감이 계속해서 묘사된다. 코바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젠시스 제약회사에 끌려와 온갖 실험을 당하며 인간에게 악감정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로, 금문교에서 벌어진 유인원과 인간의 전투 중 젠시스의 CEO 스티븐 제이컵스를 죽이는 장본인이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서는 시저와 코바의 대립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됐다. 바이러스로부터 극적으로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들은 연료가 바닥나면서 위기에 처한다. 전기가 없으면 불을 밝힐 수 없고 무엇보다 지구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다른 생존자와의 연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간들은 절박한 상황이다. 인간들이 댐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허락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로 시저와 코바는 갈등을 겪는다. 특히 시저가 인간들을 돕는 모습을 보며 코바는 “시저는 유인원들보다, 자신의 자식보다 인간을 더 좋아한다”며 분노한다. 계속해서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코바는 시저를 저격하고 마을에 불을 지른 후 이것이 인간의 짓이라며 동료들을 선동하고, 자신의 뜻에 반하는 유인원들을 가둔다. 하지만 인간들의 도움으로 몸을 회복한 시저가 돌아오고, 그는 폭발 사고로 죽을 위기에 처한 코바를 살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죄를 처단한다.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

피에르 불의 <혹성탈출>에 뿌리를 두지만 여러 세부 설정이나 엔딩이 다르다. 외계 행성 탐사를 떠난 조지 테일러(찰턴 헤스턴)를 비롯한 인간들이 타고 있던 우주선은 항로 이상으로 이상한 행성에 불시착한다. 동료 승무원 중 하나는 동면 장치 이상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 이곳은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유인원들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세상이었고, 조지와 가까워지는 유인원들도 있다. 사실은 이 행성이 지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충격적인 엔딩이 압권이다. 한편 영화 초반 조지는 “날 우주로 보낸 저 위대한 인간이란 작자들은 지금도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인명을 빼앗고 있을까?”라며 냉소하는데, 인간의 전쟁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더 깊게 다뤄지는 테마이기도 하다.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

기존 영화 시리즈와 무관하게 새롭게 리부트된 작품으로 더이상의 속편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서기 2029년,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를 위해 우주 비행사로 특별히 훈련된 유인원이 우주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캡틴 레오 데이비슨(마크 월버그)은 그를 찾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나섰다가 이상한 전자기장에 휩쓸려 정체를 알 수 없는 행성에 떨어진다. 초반에 보여준 인간과 유인원의 주종관계를 적나라하게 뒤집으며 풍자의 효과를 배가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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