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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세상의 중심에서 여혐을 외치다
주성철 2017-09-08

이번호 특집을 통해서 논란 속의 두 영화 <청년경찰>과 <브이아이피>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에 대한 젠더 감수성을 더듬어봤다. <원더우먼> <청년경찰> <브이아이피>에 대해 썼던 20자평을 이유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꼴페미’가 되어버린(특집 메인기사 참조) 임수연 기자가 전체 그림을 그리고, 김성훈 기자의 상반기 한국영화 분석과 김현수 기자가 진행한 20대 관객 대담, 그리고 ‘비윤리적 재현과 폭력적 연출에 대해 장르성을 핑계로 대지 말라’는 손희정 평론가의 원고까지 더해, 지난 몇달간의 분위기에 대해 냉정하게 전해보고자 했다. 분명한 것은 댓글들을 살펴보건대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비이성적이라는 기이한 모순의 풍경이다. 임수연 기자에 대해서는 신상 털기에 나선 네티즌까지 생겼고, 특집 대담에 참여한 ‘씨네플레이’의 유은진 에디터 또한 <청년경찰>의 불편함을 토로한 글에 대한 1500개의 악플 공격에 시달렸다고 한다.

일부 매체는 평점 테러가 벌어진 <브이아이피>에 대해 비슷한 일을 겪은 <군함도>와 같은 맥락에 놓기도 했는데, <군함도>를 향한 평점 테러는 미관람자가 상당수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는 개봉 시점 이전부터 시작됐다면, <브이아이피>는 그보다 실제 관람자들의 비판이 더 많을 거라 예상할 수 있는 개봉일 저녁 즈음부터 일어났다. 그래서 그것이 ‘옳다, 그르다’라는 식의 원색적 이분법이나 ‘여혐 논란’의 성격과 방향에 대한 진단과 별개로, 일단 그것 자체가 당대 영화 수용자들의 지극히 솔직한 반응이라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집 대담으로 이른바 ‘영화인’이나 ‘비평가’들이 아니라 이제 막 영화 연출을 준비하거나 공부하는 젊은 관객과 만나고자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담에서 김혁씨가 “<청년경찰>의 두 경찰대생이 피해자 구출을 목적으로 체력단련을 하고 고기를 구워먹는 장면이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할 때 크게 공감했다. 영화에서 양 교수(성동일)는 수업시간에 납치사건에 있어 피해자가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그리하여 피해자를 구출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골든타임’으로서 ‘크리티컬 아워’(Critical Hour)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정작 배운 것을 써먹기는커녕 그 크리티컬 아워를 허망하게 보내버린 뒤에야, 그런 납득하기 힘든 트레이닝 시간을 갖는 것이다. 단지 이후 그들이 펼쳐낼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또 <브이아이피>에서 논란이 됐던 초반부 살해 장면보다 오히려 연쇄살인범 캐릭터에게 형사가 “고자 아니냐”는 식으로 조롱하는 장면이 불편했다는 이심지씨의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남성성을 조롱하는 의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를 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국 모든 힘의 주체가 남성성으로 귀결되는 것을 인정하고 마는 게으른 클리셰에 그치는 것이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 흥미로운 대담이었다.

물론 이번 특집에서 어떤 해답과 결론을 얻지 못해 답답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출발선에서 같은 듯 다르게 전개해가는 이번호 ‘영화비평’ 지면에서 김영진 평론가의 <브이아이피> 비평까지 함께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어쨌거나 이 모든 일들이 발전적인 논의로 이어지기 위한 바람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 점점 한국영화 개봉작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나 자신을 보면서 왜 그런지 고민하며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는 이심지씨의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스토리텔링이나 기술적 성취이건, 그리고 젠더 감수성이건 우리는 모든 면에서 더 나은 한국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관에서 즐겁게 비용을 지불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한국 상업영화를 향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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