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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부암동 복수자들> 나, 우리, 세계

혼외자녀를 집에 들인 남편과 이혼하지 못하는 재벌가 막내딸 김정혜(이요원)와 자식이 학교폭력에 휘말린 재래시장 생선장수 홍도희(라미란), 가정폭력 피해자인 중산층 전업주부 이미숙(명세빈). 부암동에 사는 세 여자가 복수 품앗이를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 ‘부암동 복수자 소셜 클럽’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짓자마자 ‘복자클럽’이라 줄어들었고, 대책 없이 모여서 제일 먼저 한 합의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복수가 좋겠다는 거였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과 주변을 갈아넣는 눈먼 복수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반적인 복수극이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앗아간 대상에게 억울함을 터뜨리다 악인과 닮아가고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뒤늦게 치유되는 흐름이라면, 복자클럽 멤버들은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또한 이들은 상처 입은 각자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제일 먼저 자신들을 돌본다. 생활의 규모가 다른 세 사람은 서로 비교하고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결핍을 깨닫기도 하고, 결핍을 말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움츠러든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낫겠다 싶어 시작한 엉성한 복수회는 개인의 복수에서 모임의 관심사로, 또 공익으로 확장된다.

이들의 모임은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먹고 마시는 계모임과 더 비슷하고, 제목에서 기대하던 복수는 시원치 않지만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애초에 복수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었고 복자클럽 멤버들은 이를 감당할 자신들을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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