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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정신②] 페르난도 E. 솔라나스 - 민중의 해방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사진 최성열김소희(영화평론가) 2018-10-04

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과의 그룹 인터뷰 중이었다. 기자들로부터 몇개의 질문을 받은 솔라나스 감독은 갑자기 질문을 넘어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말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이어졌다. 질문 기회를 노리던 나는 내가 질문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짧게 줄이는 것이 불가능한 그의 삶이 하나의 질문을 통해 변화무쌍한 궤적을 그리며 꿰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가 말하는 에너지만을 이해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 적힌 질문 중 몇개는 실제로 발화된 것이 아니다. 독자의 편의를 위한 챕터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제3영화의 가치는 유효한가.

-그렇다. 3영화에 관해 헷갈려하는데,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같은 다큐멘터리만이 3영화는 아니다. 해방 과정에서 일어난 일과 탈식민화 주제를 다룬다면 장르와 상관없이 3영화가 될 수 있다.

-민중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오늘날 민중은 누구인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혜택을 받는 것은 일부일 뿐이다. 40%의 노동자가 4대 보험이 없고, 국민의 3분의 1 이상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아르헨티나가 겪는 경제, 정치, 문화적 문제들은 결국 신자유주의와 미국이 요구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는 페론주의(아르헨티나 페론 집권 시기의 국가 주도적인 사회·경제 정책)로서의 감독의 입장이 드러난 작품이다. 페론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못한 포퓔리슴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대부분의 매체는 사회를 다른 이미지로 반영해 내보내곤 한다. 유럽 관객 중에는 내가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를 통해 독재정권의 프로파간다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후안 페론을 독재자, 파시스트로 보기도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페론은 브라질의 룰라와 마찬가지로 민중이 따르는 정치가의 위상을 떨어뜨려, 더는 그런 위협적인 인물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략과 관계된다고 생각한다.

-각 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 어떤 것을 염두에 두었나.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는 정보 전달 영화가 아니라 수필적 오피니언 영화다. 각 파트는 구분되면서도 연계된다. 1부는 아카이브 영상의 콜라주다. 죽은 체 게바라의 마지막 응시는 시작 부분의 문구(‘모든 관객은 용기가 없거나 배신자다’)와 대구를 이루며, 관객에게 ‘너는 이제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 2부는 보다 내부에 초점을 둔 연대기다. 검열 때문에 숨어서 촬영했는데, 촬영 이후 토론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3부는 인터뷰 위주다. 결말이 없는 이유는 폭력과 해방은 현재 진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4시간을 한번에 볼 필요는 없다.

-현재 관심 주제는.

=아직 많은 주제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영화 한편 찍는 데는 무척 많은 에너지가 든다. 최근작 <죽음을 경작하는 사람들>은 2002년부터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를 다시 찍어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장편 시리즈 중 8번째 작품이다. 내레이터(감독)가 농약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작용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테마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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