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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⑦]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 다르 가이 감독, "문화는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는 것"
송경원 사진 김종훈 2018-10-17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이색적이고 기발하며 사랑스러운 영화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는 인도 뭄바이의 소음에 지친 과묵한 아저씨와 부모를 찾는 쾌활한 소년의 여정을 그린다. 인도 고유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이 영화의 감독은 놀랍게도 우크라이나 태생이다. 배우이자 시나리오작가이기도 한 다르 가이 감독은 문화란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이라 이해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도 왕성한 호기심과 세심한 관찰력으로 끊임없이 영감을 얻으며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는 중이었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뭄바이는 매우 시끄러운 도시다. 런던과 뉴욕과 비교하면 무려 64배의 소음에 시달린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인도에 대해 막연히 기대하는 내면의 평화 따윈 엉덩이 붙일 곳도 없다. (웃음) 특히 자동차 경적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오는데 침묵을 갈구하는 운전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말 한마디 없는 남데브 아저씨는 찰리 채플린, 자크 타티 같은 무성영화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영감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로 모티브가 된 건 실제 운전기사이기도 한 주인공인데 그의 본명이 남데브다. 그가 거리의 소음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걸 듣고 이야기에 착안했다. 비전문배우였기 때문에 3개월가량 워크숍을 거친 뒤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특정한 연기를 요구하진 않았다. 영화의 슬랩스틱 요소는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그의 본성이다. 재밌는 건 실제 남데브는 매우 수다스러운 사람이란 사실이다. 그런데 말을 못하게 하니 동작으로 뿜어져 나왔나보다. (웃음)

-로드무비의 형식 위에 무성영화 캐릭터의 고전적 매력, 감각적인 편집과 시각적 다채로움이 절묘하게 밸런스를 유지한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재미있는 그림으로 전달되었으면 한다. 카메라의 유동성으로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반부의 번잡한 뭄바이나 남데브는 클로즈업으로 잡아 인물이 느끼는 혼란을 강조하고 중반부 이후부터는 롱숏으로 고산지대의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잡아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배우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인도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한다. 남데브 아저씨만큼이나 이색적인 여정이다.

=10살 때부터 연기를 했다. 전공은 철학과 문학인데 인도에 관심이 많아 직접 가기로 결정했고 현재 7년째 거주 중이다. 영화와 독어독문학을 가르치던 중에 제작을 할 기회를 얻어 <3과 1/2>(2018)을 연출했다. 인간의 본성에는 국경이 없고 문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원한다면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한국이라는 영감을 마주하고 있다. 이 순간도 언젠간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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