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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프로젝트 2 - 원작만화 40년만의 첫 스크린 나들이<스파이더 맨>
2002-04-25

물렀거라, 왕거미 맨해튼에 납신다

** 200자로 말해봐 차도, 여자친구도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난데없는 거미의 키스로를 받은 뒤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 날렵하게 건물 벽을 오르내리며, 거미줄을 밧줄 삼아 뉴욕의 마천루 정글을 가르는 초인 영웅 스파이더맨의 성장과 모험이 시작된다.

** 볼거리 공개된 세 차례의 예고편과 30여분짜리 편집본에서, 타임스퀘어 대로변에 늘어선 빌딩숲 사이로 쫙쫙 거미줄을 뻗어 상하좌우 바람처럼 몸을 날리며 관객의 시야로 돌진해오는 스파이더맨의 액션은 아찔한 쾌감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 수 없는 뉴욕의 전경”을 무시로 봤다는 촬영감독 존 버제스의 말이 실감나게, 맨해튼의 하늘과 지붕이 주를 이루는 스파이더맨의 세계는 일상에 근접한 판타지의 공간. 실제 타임스퀘어 촬영, 프로덕션 디자이너 닐 스파이색과 그의 아트팀이 고층빌딩 상부에 만든 지붕과 처마, 소니 스튜디오의 27스테이지에 따로 지은 빌딩 일부와 90도로 무너져내리는 발코니 등을 찍어 합성한 그린 고블린의 공중폭격을 비롯해 만화적인 상상력을 한껏 펼친 고공 스펙터클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레이텍스의 유연성과 120여개의 실크 스크린으로 입체감을 살린 스파이더맨, 아카데미상을 3번 수상한 베테랑 제임스 애치슨의 의상도 볼거리.

** 만들어지기까지 올해로 어느덧 40주년. 마블 코믹스의 작가 스탠 리와 캐릭터 디자이너 스티브 디트코의 합작으로 스파이더맨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62년 8월이었다. 만화 연작 <어메이징 판타지> 15호에 소개된 이 거미 영웅의 선풍적인 인기는, 63년부터 아예 그를 주인공으로 한 새 시리즈로 거듭났다. 수십년간 수 차례 애니메이션 시리즈, 비디오 및 TV영화로 만들어졌으나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기는 이번이 처음. 원래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할 뻔했지만, 제작이 지연되자 꽤 자세한 트리트먼트를 남기고 손을 뗐다. 뒤이어 감독의자에 앉은 샘 레이미는 12살 생일에 받은 스파이더맨 그림을 아직 간직하고 있을 만큼 원작의 열성팬. 스파이더맨에는 히스 레저와 프레디 프린스 주니어, 악당인 고블린에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말코비치 등이 거론됐으나 각각 토비 맥과이어와 윌렘 데포가 최종 낙점됐다.

** 흥행예보 맑음: 역시 예고편에서 눈을 붙드는 고공액션. <맨인블랙> <엑스맨> <블레이드> 두편 등 전보다는 만화적인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나아졌다.

흐림: 그래도 한국 관객은 <배트맨> 시리즈와 <크로우> <스폰> 같은 만화 원작의 영화에 비교적 인색하다. 게다가, 샘 레이미의 영화는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

** 참고 <엑스맨>(2000년 8월11일 개봉)은 서울에서 46만3371명, <배트맨 포에버>(1995년 7월1일 개봉)는 21만6771명, 나머지 <배트맨> 시리즈 및 만화 원작 영화들은 대부분 그에 못 미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러쿵저러쿵

기태 예고편 봤어? 빌딩 사이로 스파이더맨이 저 뒤쪽에서 앞쪽으로 휙휙 날아오는데, 정말 시원하더라.

양순 그 정도면 “최고의 스핀을 기대하라”는 헤드카피가 무색하진 않지. 예고편에서 본 게 전부는 아니어야 할 텐데.

기태 그래도 샘 레이미가 시각적인 쾌감을 아는 감독인데. <이블 데드>에서 스피디한 시점숏 같은 것도, <다크맨>의 만화적인 이미지도 기발하잖아. <스파이더맨>에 잘 어울리는 감독 아냐?

양순 그거야 인디영화하면서 패기만만할 때 얘기구. 최근에 만든 <기프트>는 심심한 공포영화에, <케빈 코스트너의 사랑을 위하여>는 맥빠진 스포츠영화였어. <심플 플랜> 정도만 되도 좋은데. 욕망 때문에 망가지는 인물이랑 드라마가 힘이 있잖아.

기태 얼마 전에 공개된 편집본을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드라마도 강하다는 걸? 초반은 거의 성장영화래. 초능력을 얻은 토비 맥과이어가 짝사랑하는 커스틴 던스트한테 환심사려고 애쓰고, 서서히 책임에도 눈뜨는 거지.

양순 사실 원작에서도 스파이더맨의 활약 못지않게 눈이 가는 게 평범한 남자애의 일상이잖아. 별로 인기도 없고, 악당을 잡고 돌아와서 숙제를 해야 되는, 그냥 우리들 중 한 사람 같은 거. 샘 레이미도 그런 점을 좋아했고, 그걸 살리고 싶어했대.

기태 스탠 리랑 마블에서 만든 수퍼 히어로의 매력이 그런 거지. 엑스맨도, 헐크도 그렇듯 DC코믹스의 수퍼맨처럼 완전무결한 영웅이 아니라는 거. 최근의 편집본은 원작팬들도 좋아했대. 거미줄이 기계장치가 아니라 손에서 나온다던가 고블린의 의상 같은 변주도 괜찮은 업그레이드라구. 스파이더맨 의상은 촬영 도중 4벌이 없어져서 소니가 2만5천달러 상금을 내걸고 그랬다는데.

양순 각본도 <쥬라기 공원> 1, 2편이랑 <미션 임파서블>의 데이비드 코엡이 썼으니, 확실한 오락은 되겠지. 샘 레이미의 재기가 큰 자본 속에 길을 잃지 않았다면 더 좋고. 벌써 감독도 배우도 그대로 속편 계약했다는 걸 보면, 나쁘진 않은가봐. 황혜림 blauex@hani.co.kr ▶ 블록버스터 빅 4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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