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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 곽민규 - 청년의 초상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19-03-07

아득한 꿈과 빈곤한 현실은 청춘을 대변하는 불변의 키워드지만, 최창환 감독이 전태일재단의 지원을 받아 노동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은 최근 몇년간 더욱 심화된 한국 청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다 집요하게 비춘다. DJ가 되기 위해 낮에는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민규(곽민규)가 원하는 건 정당하게 근로계약서 쓰고 일하고, 오랜 연인 시은(김시은)과 안정된 삶을 사는 평범한 권리지만, 그의 바람은 멀고 요원하게만 보인다. 건국대 영화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거친 배우 곽민규는 그동안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표상을 유독 자주 연기해왔다. <내가 사는 세상> 이후 “내 주변에 있는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더 자주 눈에 들어온다”는 그에게 첫 장편영화로 얻은 것에 대해 물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최창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캐스팅 과정에서 어떻게 만났나.

=주연으로 참여한 단편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가 초청받아서 지지난해에 대구단편영화제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당시가 내 생애 첫 대구행이었는데, 가족적인 영화제 분위기에서 매일 밤 맥주를 마시면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호명인생> <그림자도 없다> 같은 감독님의 이전 단편들과 <내가 사는 세상>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를 떠올렸다.

-피로한 청년 역할에 본인이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던가.

=왜일까, 이번엔 특히 근본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웃음) 나도 배우 활동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택배 배달, 음식점 주방보조 등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내 주위 동료 배우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또 극중 민규는 성격도 나와 닮은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답답함? 영화 포스터에 ‘오늘도 비겁하거나 내일이 겁나거나’라는 문구가 있는데, 보자마자 공감했다. 영화는 민규를 중심으로 그려지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인인 시은의 관점을 취하게 되더라. 민규가 너무 무책임해 보이고 때로는 미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삶도 돌아보게 됐다. 앞으로는 부당한 경우를 맞닥뜨리면 마음이 힘들더라도 똑부러지게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였다. 감독님이 편하게 열어주신 부분이 있어서, 친한 형인 지홍 앞에서 근로계약서 쓰자는 말을 꺼내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 등에서도 평소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내가 사는 세상>은 가난하고 고단한 연인의 멜로드라마로서 특히 아리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짠한 멜로영화 코드가 가장 먼저 다가왔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시기를 겪으면서, 이 나이대에 가장 집중하고 고민하며 치열하게 대한 게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연기에 더 욕심을 냈다.

-누나와 남동생 같은 오래된 연인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김시은 배우와 막역한 친구 사이라고 들었다.

=맞다. 감독님이 평소 시은이와 내가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캐릭터에 투영한 게 아닐까 싶다. 연극을 포함해 얼마 전 촬영한 대구 오오극장의 트레일러까지 합쳐서 세어보니 지금까지 총 6편의 작품을 함께했더라.

-건국대 영화예술학과 재학 시절에 단편영화 <홍콩 멜로>를 연출했는데, 앞으로도 연출할 욕심이 있나.

=실은 조금 있다. 연기할 때와 완전히 다른 재미가 있고. 어떤 면에서는 연기하는 데 가장 큰 공부가 된다. 롤이 바뀌니까 감독님의 입장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평소에 어깨너머로 감독님들이 어떻게 연출하고 제작 전반을 운용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본다.

-앞으로 어떤 작품과 만나고 싶나. 정해진 차기작이 있다면 소개해주기 바란다.

=4월부터 촬영이 예정된 작품은 김록경 감독의 독립장편영화 <잔칫날>이다. 앞으로 상업영화도 하고 싶은데. 특히 코미디에 관심이 많다. 내가 좀 은근히 웃긴다. (웃음) 조나 힐, 세스 로건, 제임스 프랭코 트리오가 특히 좋다.

영화 2018 <내가 사는 세상> 2017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단편) 2013 <젊은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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