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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결산⑦]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이 영화는 그냥 내 인생의 일부에서 튀어나왔다”
김현수 2019-06-05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올해 칸에서 첫 공개되던 5월 21일 오후, 상영관 근처에는 영화제 기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타란티노 감독이 직접 기자들에게 스포일러 방지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1960년대 할리우드를 뒤흔들었던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 패밀리 사건을 소재로 한다는 게 알려져 주목받았던 영화는 단지 찰스 맨슨 패밀리와 그에게 희생당한 배우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 그리고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관한 영화라고 해석되는 걸 스스로 거부하는 영화다. 이것은 할리우드의 성공과 실패 속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스타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1960년대 말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히피문화와 할리우드 시스템의 만남이 일으키는 불협화음에 관한 이야기다. 타란티노 감독이 25년 전 칸영화제에서 두 번째 장편 <펄프 픽션>(1994)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때의 영광이 올해는 재현되지 않았지만, 타란티노 스스로 <펄프 픽션>을 만들 당시의 그 도전적인 상황 속으로 들어가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타란티노 감독을 직접 만나 그가 가장 좋아했던 시기를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재현해낸 이번 영화에 대해 물었다(함께 인터뷰한 마고 로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와의 인터뷰는 추후 개봉 시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과거 할리우드에 경의를 표하는 영화 같다. 좀 순진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해야 할까. 과거를 그리워하는 연출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내가 스스로 되물어도 나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내가 가진 기억을 총동원해야 했다. 나는 6살 무렵이던 196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다. 그래, 딱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 속 주인공과 배경을 떠올리면 된다. 나는 그때로 돌아가서 당시 벽에 무슨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지, 버스 정류장은 어떻게 생겼었는지, TV에선 어떤 히피들이 등장했는지를 곰곰이 회상했다. 당시 나를 돌봐주던 보모들이 전부 히피처럼 하고 다녀서 그들의 옷차림이나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엄마의 당시 직장 친구들이었는데 너무나 자유분방해서 엄마가 집에 없을 땐 우리 집 소파에서 담배를 말아 피우곤 했다. 그런 게 지금도 기억난다.

-로만 폴란스키, 샤론 테이트를 비롯해 그들과 연관된 주변 사람들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특히 이소룡의 등장이 반갑다. 시나리오를 쓸 때 누굴 어떻게 등장시킬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이소룡은 당시 <렉킹 크루>(1968)에서 샤론의 액션 안무를 짰고, 제이 세브링(1960년대 할리우드의 유명 헤어스타일리스트. 한때 샤론 테이트와 연인 관계였다. 테이트가 폴란스키와 결혼한 이후에도 세 사람은 돈독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사고가 있던 날 테이트와 집에 머물다 참변을 당했다.-편집자)이 제작진과 연결시켜준 덕분에 TV시리즈 <그린 호넷>의 카토 역을 맡을 수 있었다. 이후 샤론이 로만과 결혼할 때 이소룡은 로만에게도 무술을 가르쳤다. 난 솔직히 샤론과 로만, 제이 세브링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살았는지가 흥미로웠다.

-왜 릭 달턴 역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했나.

=나를 비롯해 제작진이 처음부터 릭 역에 레오가 적역이라고 생각했다. 극중에서 릭이 4살 무렵 TV쇼로 데뷔한 배우라는 설정인데 레오 역시 실제로 그랬다. 릭의 나이와 커리어가 실제 레오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레오는 자신을 절대 코미디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는 항상 자신을 진지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그가 코미디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잘 알고 있다. 레오의 가장 큰 적은 레오 자신이다. 이 영화에서 레오는 하이 코미디를 구사하고 있고, 릭은 자기파괴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나는 그 조합이 꽤 만족스럽다.

-이 영화를 누군가는 ‘TV 전성시대를 추억하는 타란티노의 영화’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영화와 TV드라마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의 TV드라마의 완성도가 약간 피곤하다는 생각도 든다. 2편을 보려면 1편을 반드시 봐야 한다. 나는 4편을 보고 싶은데 4편만 보면 이야기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떨 때는 진도가 나가지 않고 계속 4편만 보고 있을 때도 있다. 과거 너무나 훌륭했던 1960년대 TV드라마를 보면 대략 30분 안에 아름답고 진실된 이야기의 본질을 다 담아낸다. <ABC>의 <리플맨>(1958)이나 <CBS>의 <원티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1958) 같은 드라마들은 말 그대로 30분짜리 한회 만에 완벽하게 이야기를 끝맺는다. 나는 그것이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특정 과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가장 사랑했던 시기를 공들여 그 시간 자체를 늘리고 있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데는 어떤 믿음이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영화가 마치 지각변동처럼 변화하고 있다는 데 대한 믿음이 있다. SF나 슈퍼히어로영화 혹은 시리즈 영화는 그것 자체로 지금의 영화계를 대변하고 있다. 만약 내 20대 때 마블 영화가 지금처럼 유행했다면 나는 그것이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난 지금 55살이고 마블 영화에 대해 어떠한 감흥도 없다. 영화는 도박이다.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할 거야, 라고 도박을 거는 거다. 그리고 지금의 영화계는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그 도박을 진짜로 잘하고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어떤 컨셉을 지닌 영화가 아니다. 여기에는 명확한 스토리가 없다. 이건 그저 샤론 테이트와 릭 달턴,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3명의 일상을 다루는 영화이고 그게 내가 영화를 가지고 노는 방식이다. 이 영화의 관객은 이들과 여행을 즐기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나는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현실과 픽션을 다루는 당신의 장기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실화를 어떻게 다룰지, 실존 인물을 어떻게 묘사할지를 두고 고민할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만드는지 궁금하다.

=내 견해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소개하지 않겠다. 그저 저글링의 재미 정도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야기를 만들 때 역사적 사실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나는 1960년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냥 내 인생의 일부에서 튀어나왔다.

-혹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이 영화에 관해 그리고 그의 삶의 일부를 다루는 것에 대해 동의를 구한 적 있었나.

=나는 그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나는 로만을 조금 안다. 그런데 지난 몇년간 그와 만나지 못했다. 나는 그가 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영화에서 묘사한다면 어떨 것 같나.

=이미 만들고 있을 것 같다. (웃음) 내가 뚱뚱하게 나오지만 않으면 괜찮다.

-당신이 오늘날의 할리우드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까.

=그 영화는 그 영화대로 분명 재미가 있을 거다. 적어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는 다른 영화가 될 테니까. 그런데 나는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별 관심이 없다. 이건 특정 시대에 관한 내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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