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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결산②] <기생충> 봉준호 감독,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는 말 감격스럽다
장영엽 2019-06-05

황금종려상 수상

<기생충> 포스터.

-정말 멋진 영화였다. 칸영화제에 오기 전, <기생충>이 “한국 사람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그런데 칸에서 이 영화를 본 모두가 다 좋아했다. 당신은 왜 이 영화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나,

=미리 엄살을 좀 떨었다. 그 말을 국내 제작보고회 때 했는데, 일단 칸영화제에서 먼저 영화가 소개되지만, 나중에 한국에서 개봉할 때 우리끼리 킥킥거리면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자에 관한 이야기고, 가족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당연히 전세계적, 보편적으로 이해되리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 감독으로서, 한국에 있는 젊은 감독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또 포스터 디자인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계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포스터를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 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웃음) 디자이너가 훌륭한 사람이고, 그 역시 한국의 영화감독이다(<심야의 FM> <걸스카우트>를 연출한 김상만 감독).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포스터 등 여러 훌륭한 포스터들을 만들어냈다. 멋진 센스를 가진 디자이너다.

-봉준호 감독 영화의 쾌거, 한국영화의 쾌거이기 이전에 장르영화의 쾌거였다고 본다. 장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질문을 해줘서 되게 고맙다. <기생충>이란 영화도 내가 계속해온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든다. 비록 내가 장르의 법칙을 이상하게 부서뜨리기도 하고, 장르를 이상하게 뒤섞거나 여러 유희를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장르영화 감독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 자체가 놀랍고, 스스로도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결정했다고 해 정말 놀랍고 기쁘다.

-영화를 본 뒤 “봉준호 감독 자체가 장르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영화를 보니 감독의 전작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더 나아갔다는 생각도 든다. ‘봉준호 유니버스’ 안에서 이 작품은 어떤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유니버스라고 하면 이건 마블 영화 하는 분들이 잘 아는 세계인데. (웃음) <기생충>은 나의 7번째 영화이고, 앞으로 8번째 영화를 준비하려 할 뿐이다.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는 멘트를 한 외신 매체가 썼는데, 이번 영화제에 와서 들은 말 중 나로서는 가장 감격스러웠고, 또 듣고 싶었던 멘트였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에는 완벽한 시나리오도 한몫했다고 본다. 당신은 굉장히 다양한 장르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시나리오를 어떻게 썼나.

=나는 시나리오를 항상 커피숍 구석 테이블에 앉아 쓴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커피숍에서 여러 자극이나 아이디어를 얻어 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대사나 장면이 어떤 장르적 분위기인지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다 찍고 완성하고 나면 나도 ‘이 영화의 장르가 뭐지?’라는 고민을 한다. 단 한 작품, 장르의 관습을 깨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 있다. <괴물>(2006)이다. 나는 괴수영화에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1시간30분 만에 몬스터가 등장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괴물>을 작업하면서 30분 만에 대낮을 배경으로 괴물을 등장시켰다.

-올해는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이한 의미 있는 해다. 당신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한국영화계에 새 흐름을 만들고, 자극이 될 것 같다.

=2006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김기영 감독님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려 참가한 적 있었다. 그때 프랑스 관객이 열광적으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봤다. 내가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고 <기생충>이란 영화가 관심을 받게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니다. 한국영화 역사에는 김기영 감독님 같은 위대한 감독님들이 계시다. 구로사와 아키라, 장이머우 등 아시아의 거장들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올 한해를 거쳐서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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