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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그 초강력 ‘프렌드십’의 비밀 [4] - 주연배우진
황선우 2002-05-03

옴값 밴만불의 여섯 친구들

데이비드 시머/ 로스 겔러

고생물학 박사 로스는 등장인물 중 최고의 엘리트지만, 연애운만은 빙하기를 맞은 공룡 같아서 세번의 이혼 딱지를 달게 된 남자다. 충동적이고 우유부단한 반면 속이 깊은 인물이기도 한 로스 역은 사려 깊은 눈동자의 데이비드 시머가 맡고 있다. <졸업>에서 기네스 팰트로, <식스 데이 세븐 나잇>에서는 앤 헤이시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으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등의 영화에서도 모습을 비친 이 배우는 스크린에서 그리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대신 연출에 대한 야심을 간간이 드러내고 있다. 98년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연출하고 주연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한 그는 <도그마>의 감독 제안이 들어오자 <맨 인 블랙> 출연을 과감히 포기했을 정도로 배우보다 감독직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결국 케빈 스미스와 윌 스미스에게 두 마리 토끼를 하나씩 보내고 말았지만 그는 주저앉기보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중이다. 6시즌부터는 <프렌즈>의 몇몇 에피소드의 연출까지 겸해 스탭과 캐스트난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매튜 페리/ 챈들러 빙

<프렌즈>의 유쾌한 독설가 챈들러는 스크린 속으로까지 그 이미지를 가져간다. 못된 아내 로잔나 아퀘트에게 시달리는데다 세계 최고의 킬러인 브루스 윌리스가 옆집에 이사오면서 인생이 꼬이게 되는 겁많은 치과의사(<나인 야드>), 짝사랑하는 니브 캠벨에게 동성애자라는 오해를 받지만 사실을 밝히지도 못하는 소극적인 남자(<스리 투 탱고>), 정열적인 라틴계 연인인 셀마 헤이엑과 밀고 당기며 결혼에 도달하는 청교도 집안의 샐러리맨(<사랑은 다 괜찮아>) 등 매튜 페리가 연기하는 인물들을 <프렌즈>와 떼어놓고 바라보는 건 힘들 듯하다. 이들을 하나로 합쳐 ‘여자에게 꽉 잡혀 살며 종종 게이로 오인당하는 소심한 남자’로 버무리면 그게 바로 챈들러니까 말이다. 드라마 <앨리 맥빌>에는 ‘자신감에 찬 성공한 변호사’ 역으로 캐스팅이 확정되었다니, 그의 첫 변신을 곧 목격할 수 있겠다.

매트 르 블랑/ 조이 트리비아니

단순한 성격, 게으른 성미, 피자 두판의 먹성, 전방 50m 내에 예쁜 아가씨 접근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작업모드’ 등은 조이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코드들이다. 근육질의 몸매와 착한 동안의 얼굴을 가진 배우 매트 르 블랑에게는 성적인 매력과 아이 같은 천진함을 한꺼번에 가진 조이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코카콜라, 리바이스 등의 광고 모델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매트 르 블랑은 가족 SF물인 <로스트 인 스페이스>에서는 로빈슨 가족이 탄 우주선 조종사로 나오며, 스포츠 코미디 <에드>에서는 침팬지 동료와 팀워크를 맞추는 마이너리그 신참 투수로 출연했다.

커트니 콕스 아퀘트/ 모니카 겔러

넘치는 승부욕의 소유자 모니카답게, 커트니 콕스는 여섯 친구들 중 영화 흥행성적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둬왔다. 극중 남편이 된 챈들러, 매튜 페리가 시트콤 이미지와 연장선상인 역할에 출연하며 안전한 자리를 디뎌왔다면 그녀는 모니카 이미지를 깨기 위해 스크린 외출을 감행해온 스타일. <에이스 벤추라>와 더불어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굵직하게 자리하고 있는 <스크림> 시리즈는 커트니 콕스에게 강인하고 억척스런 리포터 게일 웨더스의 짙은 이미지와 더불어 남편인 데이비드 아퀘트와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최근에는 커트 러셀,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에 동반 출연하기도 한 이 부부의 결혼식 직후 <프렌즈>의 제작진들은 타이틀 크레딧의 모든 출연진과 스탭의 이름 뒤에 아퀘트(Arquette)란 성을 붙여 내보내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리사 쿠드로/ 피비 뷔페이

채식주의자이자 생태보호론자인 피비는 개성 넘치는 <프렌즈> 캐릭터들 중에서도 유독 기발한 생각과 행동을 자주 보여준다. 그리고 외계에서 떨어진 듯 엉뚱하면서도 피비가 현실의 귀여운 인물로 느껴지는 건 리사 쿠드로의 자연스런 연기 덕이 크다. <프렌즈>보다 한해 앞서 <매드 어바웃 유>의 어슐라 역으로 먼저 인기를 얻기 시작해 쌍둥이 동생 피비 역으로 영입된 그녀는 <로미와 미쉘>에서는 미라 소비노의 단짝 미쉘로 나왔고 <섹스의 반대말> <애널라이즈 디스> 등을 거치며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다이앤 키튼이 감독한 <지금은 통화중>에서는 그녀의 막내동생 역으로 멕 라이언과 함께 출연했다.

제니퍼 애니스톤/ 레이첼 그린

쾌활하고 사랑스럽지만 줏대 없는 아가씨 레이첼은 세련된 패션과 헤어스타일로 시즌마다 화제를 뿌리며 뉴욕의 트렌드 리더 자리에 등극했다. 스타 2세인 제니퍼 애니스톤의 부모는 <우리 삶의 나날들>의 드라마 배우인 아버지 존과 모델인 어머니 낸시. 에드워드 번즈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그녀를 위하여>를 비롯해 <웨딩 소나타> <내가 사랑한 사람> 등의 로맨틱 코미디, 멜러물과 <비비스와 벗헤드>의 마이크 저지 감독의 코미디 <뛰는 백수 나는 건달> 등이 그녀의 출연작이다. 지난해 음악영화 <록 스타>에서는 마크 월버그의 연인이자 매니저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동료 점원과 사랑에 빠지는 할인매장 여직원으로 나오는 최근작 <굿 걸>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던 우울한 캐릭터를 선보인다고. 94년 <프렌즈> 시리즈에 몸담은 이후로도 뉴욕 세트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부지런한 걸음을 옮겨온 그녀는 이 영화로 선댄스영화제의 영토를 밟았다. 생일파티의 케이크 디자인과 남편으로부터의 축하 멘트까지도 다음날 아침이면 온 세상에 알려져 부러움을 사는 여자가 되었지만, 브래드 피트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그녀가 만족하지는 않으리라 믿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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