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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반의반' 정해인·채수빈 - 그저 멀리서만
조현나 2020-08-19

사진제공 무비락

“요즘 누가 짝사랑을 하냐”는 서우(채수빈)의 말대로 발전 가능성이 없으면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다. 그러나 <반의반>의 하원(정해인)은 오랜 시간 혼자서 지수(박주현)를 좋아해왔다. 서우는 그런 하원에 대한 감정이 점점 커지지만 그저 멀리서 그를 바라볼 뿐이다. 자기감정을 강요하지도, 그 감정에 상응하는 애정을 억지로 갈구하지도 않는 <반의반> 속 하원과 서우의 엇갈린 사랑은 조심스럽고 그렇기에 더 애틋하다.

“신선했다.” <반의반> 대본을 받아든 배우 정해인과 채수빈의 소감은 정확히 일치했다. 우선 두 인물의 직업이 그러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래머(하원/정해인)와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서우/채수빈). 뭇 드라마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던 직업을 업으로 삼은 인물을 연기하는 건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했다. “하원에게 깊이 빠져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던 정해인 배우는 극중 하원이 개발한 디바이스에 관해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디바이스랑 대화를 하는 신이 많은데 정말 사람과 말하는 것 같다. 때문에 극 전체가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평소 잔잔한 음악을 즐겨듣는 채수빈 배우는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라는 생소한 서우의 직업을 소화하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나섰다. 실제 녹음실에서 마이크를 어떻게 설치하고 기기를 조율하는지 배웠고, 촬영장에도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세부적인 설정을 돕는다. 하원과 서우의 관계는 같은 클래식 전용 녹음실을 용하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원은 오랜 시간 한 사람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연기한 현우와도 닮았다. 그러나 정해인은 “나에게 두 인물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현우가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어필한다면 하원은 상대를 차분히 바라보는 쪽에 가깝다. 그런 하원을 표현하기 위해 정해인 배우가 주안점을 둔 것은 시선. “아무래도 하원이가 짝사랑을 하는 캐릭터다 보니 말보다는 시선과 표정, 몸짓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서우가 “원래 사람을 그렇게 빤히 봐요?” 하고 물을 정도로 하원에게는 상대를 오랫동안 빤히 응시하는 버릇이 있다. 정해인 배우는 “말이 없어도 마치 말을 건네는 것과 같이” 상대를 바라보기 위해 촬영마다 “어떻게 눈을 뜨고 감을지, 어떻게 애잔하고 따뜻하게 상대를 바라볼지” 신중하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어릴 땐 드라마 속 배우들이 그 인물로 계속 살아가는 줄 알았다. (웃음)” 채수빈 배우의 천진한 웃음에 밝고 긍정적인 서우의 모습이 비쳤다. 서우는 하원을 짝사랑하면서도 그가 자기 마음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하원의 마음에 여전히 지수가 있기 때문이다. 채수빈 배우는 “서우이기에 가능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어떻게 온전히 상대의 행복만을 바랄 수 있지, 어떻게 욕심이 안 날 수 있나” 싶었다. 그러나 대본을 반복해 읽고 서우가 되어 연기할수록 그런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갈수록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은데 서우는 상대에게 겁 없이 마음을 내어준다. 항상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고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 그런 모습이 예뻐 보였고 본받고 싶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서우의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채수빈 배우는 매번 앞뒤 신과 감정을 꼼꼼히 체크하며 촬영에 임한다.

인터뷰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누군가를 온전히 파악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정해인과 채수빈이 비슷한 결을 지닌 배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협업의 소감을 묻자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공통적으로 꺼낸 키워드는 ‘배려’였다. 혼자서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지 질문하는 로맨스 드라마의 주인공에 이보다 더 적합한 자질이 있을까. 조심스레 봄의 문턱을 두드리는 두 배우가 써내려나갈 드라마가 궁금해진다.

사진제공 무비락

“아무래도 하원이가 짝사랑을 하는 캐릭터다 보니 말보다는 시선과 표정, 몸짓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제공 무비락

“갈수록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은데 서우는 상대에게 겁 없이 마음을 내어준다. 항상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고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 그런 모습이 예뻐 보였고 본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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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무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