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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한 지브리의 사람들 ②

본 기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한 지브리의 사람들 ①'에서 이어집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지브리를 대표하는 인물은 단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다. 수작업 방식을 고수해온 그의 굳건한 철학이 없었더라면, 지브리는 2D 애니메이션 분야의 최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브리를 하야오 감독 한 명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에 몸담았던 주요 인물들을 알아봤다.

지브리의 금손, 금눈, 금귀

<귀를 기울이면>

지브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도시오 3인이라면 감독의 손발이 되어 장인 정신을 발휘한 이들이 있다. 그중 초창기 지브리가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일조한 이가 곤도 요시후미다. 그는 지브리 설립 이전부터 <루팡 3세>,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등 하야오, 이사오 감독의 작품에서 작화를 담당했다. 과장된 표현을 지양한 사실적인 캐릭터 묘사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퍼진 것도 그가 그린 <빨강머리 앤>부터였다.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는 그는 1987년 지브리 스튜디오에 입사해 <반딧불이의 묘>, <마녀 배달부 키키>, <모노노케 히메> 등에서 작화감독, 캐릭터 디자인, 원화를 담당하며 경력을 이어갔다. <이웃집 토토로>를 준비하던 하야오 감독과 <반딧불이의 묘>를 준비하던 이사오 감독이 각각의 작품에 그를 데려가기 위해 경쟁할 정도로 곤도 요시후미는 핵심 인물이었다. 이후 곤도 요시후미 감독은 1995년 직접 연출을 맡아 <귀를 기울이면>을 선보였다. 청춘들의 설레는 사랑을 따듯하게 그려낸 작품은 하야오 감독, 평단,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렇게 요시후미 감독은 지브리를 이끌어갈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1998년 1월, 해리성 대동맥류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지브리는 큰 재목을 잃게 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색’이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아름다운 색으로 유명하다. 이런 지브리의 색감을 책임진 인물은 하야오 감독과 50여년의 세월을 함께한 야스다 미치요다. 그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색을 결정해 채워 넣는 채색부의 총감독이었다.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에 평균적으로 200가지의 색이 쓰이는 데 반해, 야스다 미치요는 한 작품 당 500가지가 넘는 색을 사용했다. <이웃집 토토로> 때는 여러 색을 조합해 명명되지 않은 70여개의 색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는 2003년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브리 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 주위는 점점 화려한 색이 되고 있지만, 인간에게 더욱 상냥한 색을 사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야스다 미치요는 <벼랑 위의 포뇨>(2008)를 마지막으로 은퇴했지만, 하야오 감독의 부탁으로 <바람이 분다>(2013)에 참여해 다시금 아름다운 지브리 색을 선보였다. 이후 2016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지브리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선 두 사람이 눈을 사로잡았다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관객들의 귀를 풍요롭게 해준 이는 역시 히사이시 조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시작으로 총 11편의 지브리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을 책임진 그는 웅장하고 무거운 <모노노케 히메> 속 ‘아시타카의 전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불안과 설렘을 담아낸 <센과 치히로의> 속 ‘어느 여름날’ 등 작품의 분위기를 극대화한 여러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히사이시 조는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스토리, 분위기, 설정 등을 전달받고 주관적인 ‘이미지 앨범’을 만들었다. 이후 작품이 완성되면 감독과 상의해 앨범을 수정하는 이중 과정을 거쳤다. 또한 부드러운 음색을 위해 대개의 영화들과 달리 스튜디오가 아닌 오케스트라 홀에서 녹음을 진행하는 등 사소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히사이시 조의 천재성과 합쳐져, 지브리의 명곡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지브리의 버팀목

<추억의 마니>

2014년 지브리는 제작팀을 해체했으며, 현재 실질적으로 기능을 정지한 상태다. 그러나 2010년대까지도 하야오 감독과 함께 작품들을 선보이며 스튜디오를 끌고 간 이들이 있다. <마루 밑 아리에티>, <추억의 마니>를 연출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과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이하 <게드전기>),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연출한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다.

<귀를 기울이면>의 곤도 요시후미를 이어 가장 유력한 하야오 감독의 후계자로 불렸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1996년 지브리에 발을 들여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다. 2010년에는 <마루 밑 아리에티>로 하야오 감독의 만족과 흥행 모두를 잡았다. 하야오 감독의 굳센 철학인 ‘아날로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간 것도 그였다. <마루 밑 아리에티> 개봉 당시 그는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옛 것을 지키는 게 지브리가 사랑받는 이유이자 생존전략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4년 <추억의 마니>로 서정적인 작화와 따듯한 성장담을 보여주며 이를 다시 증명했다. <추억의 마니> 직후 하야오 감독의 은퇴, 경영난 등으로 지브리의 제작팀이 해체되며 결국 히로마사 감독도 지브리를 떠났지만, 긴 세월 동안 그가 지브리의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쿠리코 언덕에서>

마지막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다. 초창기부터 지브리 스튜디오에 몸담아 온 이들과 달리 고로 감독은 건설업계 종사자, 지브리 미술관 디자이너, 미술관 관장을 거쳐 갑작스레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만큼 ‘낙하산’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이어졌으며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다. 첫 연출작으로 선보인 <게드전기>(2006)는 ‘아버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 끝에 두 번째 연출작 <코쿠리코 언덕에서>(2011)를 제작했고 보다 나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 지브리를 이끌어갈 인물로는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그는 현시점에서도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하야오 감독이 “만들다 죽어도 좋다”는 투혼으로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동시에, 고로 감독도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불이 꺼져가는 지브리에서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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