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에는 국경도 없다할리우드의 눈과 귀가 해외로 열리고 있다. 최근 유난히 리메이크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할리우드가 바야흐로 ‘동서고금’을 막론한 후보 선정작업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할리우드 내부에서 리메이크 진행중인 해외영화는 줄잡아 20편에 달하는데, 이제 코믹북, 비디오게임, TV드라마의 리메이크와 액션 프랜차이즈가 아닌, 전혀 색다른 아이템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현재 미국 스튜디오들이 리메이크 작업중인 해외영화는 줄잡아 20편이다. <인디와이어>는 그중 한국영화계를 “각색영화의 온실”로 지칭하며, 미라맥스가 <조폭 마누라>를, MGM이 <달마야 놀자>를, 드림웍스가 <엽기적인 그녀>를, 워너브러더스가 <시월애>를 리메이크한다고 보도했다. 유니버설픽처스는 <링>을 비롯한 나카다 히데오의 세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링>의 리메이크는 <멕시칸>의 고어 버번스키가 연출자로,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나오미 왓츠가 주연으로 결정된 상태. 워너브러더스는 <아키라>를, MGM은 를, 미라맥스는 <쉘 위 댄스>를 각각 리메이크한다. 두기봉의 <더 미션>, 프랑스의 <라빠르망>, 스페인의 <인택토>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지난해 스페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한 <바닐라 스카이>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쉬리>를 북미에 배급한 바 있는 새뮤얼 골드윈 필름스는 리안이 연출했던 <음식남녀>의 리메이크 <토르티야 수프>를 제작하기도 했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준비중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섬니아>도 동명의 노르웨이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아이디어가 고갈된 이즈음의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이런 유행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로 본다. <인디와이어>는 한 스튜디오 관계자의 말을 인용, “자막 때문에 미국 개봉이 불리한 비영어권 영화들이 스튜디오의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는 원작팀으로서도 손해볼 일이 전혀 아니”라고 썼다. 덕분에 제작진과 관객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원작팀은 비디오와 DVD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지만, 새로워지기 위한 노력은 이처럼 계속되고 있다.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