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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맹크> 깊이 보기 - 그래서 <시민 케인>은 누가 썼다고?
이주현 2020-12-04

<맹크> 알고 봅시다④ 그 밖의 이야기

제14회 아카데미 시상식

1942년 2월에 열린 제1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뿐만 아니라 1942년의 아카데미는 ‘이변’의 시상식으로 회자되곤 한다.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미술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음향상까지 9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지만 수상은 각본상 하나가 전부였다.

공동 각본가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허먼 J. 맹키위츠와 오슨 웰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오슨 웰스는 브라질 리우에서 새 작품을 준비 중이었고, 트로피는 RKO 픽처스 대표가 대신 받았다. 이때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한 영화는 존 포드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다. 존 포드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만약 <시민 케인>의 모델이 된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전방위적으로 <시민 케인>의 흥행과 수상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제1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자는 바뀌었을지 모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허스트 캐슬. 사진 제공 SHUTTERSTOCK.

허스트 캐슬

캘리포니아주 샌 시미언에 위치한 허스트 캐슬은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1919년 건축가 줄리아 모건에게 의뢰해 세운 초호화 대저택이다. <시민 케인>에서도 케인의 위용과 쓸쓸한 죽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대저택 제나두가 등장한다. 허스트 캐슬은 56개의 침실, 61개의 욕실, 19개의 응접실을 비롯해 전용 비행기 활주로와 수영장, 정원, 동물원 등을 갖추고 있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온갖 유럽의 고미술품들을 사들여 이곳에 쌓아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이곳은 1920~30년대 사교의 장이었다. 허스트는 유명 영화인과 정치인들을 초대해 미팅과 파티를 가졌고, 이 사교모임에 초대받는 것 자체가 영광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맹크>에서도 허스트 캐슬은 주요 공간으로 활용되는데, 맹크와 데이비스가 기린과 코끼리가 지나다니는 야외 공간을 가로지르며 대화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밤산책 장면이나 기다란 만찬 식탁에 자리잡은 사람들이 중세 시대 의상을 입고 식사를 즐기는 후반부 장면은 기이하고 아름답다. 지금은 캘리포니아주 정부에서 관리하며 일반인의 관광도 가능하다.

폴린 케일의 <레이징 케인>.

폴린 케일의 <레이징 케인>

<맹크>는, 데이비드 핀처가 영화평론가 폴린 케일이 쓴 에세이 <레이징 케인>(Raising Kane)을 읽으면서부터 시작된다. 1971년 잡지 <더 뉴요커>에 실린 <레이징 케인>은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 크레딧에 문제를 제기한다.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는 허먼 J. 맹키위츠 혼자서 작업한 것이기 때문에 오슨 웰스가 공동 작가로 이름을 올린 것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다.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케일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오슨 웰스의 명성은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케일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이 글은 오랫동안 스튜디오 시스템 안에서 이용되어온 시나리오작가들의 권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데이비드 핀처도 <맹크>를 <시민 케인>의 크레딧 논쟁에 대한 영화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핀처는 말했다. “영화 제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필수적 과정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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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