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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인터뷰④] '달이 지는 밤' 김종관·장건재 감독 -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기를
남선우 사진 최성열 2020-12-08

무주의 겨울과 여름, 그 안의 죽음과 삶이 두개의 단편으로 탄생해 하나의 영화로 묶였다. 무주산골영화제가 제작한 <달이 지는 밤>은 “각자 자기 세계가 있는 감독들이되 그 세계가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가진”(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종관·장건재 감독이 함께한 2부 구성의 장편영화다. 서로 다른 계절과 화법을 택하되 무주 안에서 생명의 피고 짐을 그린 이들의 영화는 지금 독립영화 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영화제 프로젝트이자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이다.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1부는 무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린 중년 여성(김금순)이 딸(소희)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을,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2부는 무주군청에서 일하는 커플(강진아, 곽민규)에게 일어난 기이한 만남들을 담았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후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한번 더 <달이 지는 밤>으로 관객을 초대한 두 사람을 만나 이들이 경험한 무주의 시간을 더듬어봤다.

<달이 지는 밤> 파트1.

감독 김종관, 장건재 출연 김금순, 안소희, 강진아, 곽민규 제작연도 2020년 상영시간 69분 페스티벌 초이스

-무주산골영화제의 프로젝트로 두 감독이 협업했다. 각 단편이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묶이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공통의 테마를 찾았나.

김종관 촬영에 돌입하기 전까지 조지훈 프로그래머와 셋이서 한두달에 한번씩 만나서 아이템을 공유했다. 처음에 내가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고, 장건재 감독도 그런 코드를 활용해보기로 하면서 의견이 모아졌다. 옴니버스 작업을 많이 해봤는데, 이번에는 두명이서 하다보니 더 유기적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건재 중간에 보고용으로 각자 짧은 영상도 찍었는데, 그때 무주라는 공간을 탐색했고 그 안에 내 영화적 비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녹여낼지를 고민했다. 나는 정기용 건축가가 무주에 지은 추모의 집에서 짧은 영상을 찍어서 제출했다. 현재 없는 사람을 추모하는 느낌을 담았는데, 그게 지금 결과물의 씨앗이 된 것 같다.

김종관 나는 무주에 이상한 남자가 와서 중얼거리다 산으로 들어가는 내용을 찍었다. 그때 찍은 영상이 각자의 결과물을 닮아서 재밌다.

-영화의 타이틀 컷이 두 단편 사이에 길게 들어간다. 크레딧을 보니 각 단편이 <달이 지는 밤> 파트1, 파트2로 구분되던데, 각 작품만의 제목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종관 <달이 지는 밤>은 원래 장건재 감독 작품의 제목이고, 내 작품의 제목은 <방울소리>다. 전체를 통칭하는 제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영화도 밤에 일어나는 일이 중심에 있으니 <달이 지는 밤>이라는 제목이 정서를 잘 전달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영제는 흔적, 자취를 뜻하는 ‘Vestige’로 내가 정했다.

-김종관 감독의 파트1은 푸르스름한 톤의 서늘한 공기가 감싸고 있다. <페르소나> 중 단편 <밤을 걷다>, 장편 <아무도 없는 곳>까지 근작들에 계속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김종관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적 모티브로 활용하는 게 재밌더라. 그러면서 창작자로서 좀 해소되는 게 있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얘기를 더 할 수 있지 않나. 그 점에 매혹을 느껴 이번 작품에도 담아봤는데, 한편으로 무주를 너무 무겁게 그리는 게 아닐까 우려했지만 다행히 도전을 잘 받아주셨다. 무주가 굉장히 열린 집단이더라. (웃음)

-주인공 모녀도 말이 없다. 이미지 중심으로 이뤄진 영화다보니 장르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김종관 좀더 과감해도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보다 시네마틱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이미지에 집중했다. 공간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깊이 들여다보며 넉넉히 찍을 수 있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다.

-경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모녀를 연기한 김금순, 안소희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김종관 김금순 배우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한낮의 피크닉>(영화제 상영 당시 제목은 <잠시 쉬어가도 좋아>로, 이후 <한낮의 피크닉>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편집자)을 보고 알게 됐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인데 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로 인상에 남아 <아무도 없는 곳>에 캐스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안소희 배우는 <하코다테에서 안녕>이라는 단편을 찍을 때 내레이션을 맡았다. 차분하고 좋은 어조를 가진 배우더라. 이 영화에서는 그가 가진 묘하게 서늘한 태를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함께했다.

<달이 지는 밤> 파트2.

-장건재 감독의 파트2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강진아, 곽민규, 한해인 배우는 현재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젊은 배우들이다.

장건재 각자 타이틀 롤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배우들인데, 내가 한번 모아보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다. (웃음) 강진아 배우는 성큼성큼 씩씩하게 걷는 포즈가 무척 인상적이어서 캐스팅했다. 한해인 배우는 <밤의 문이 열린다>를 너무 좋아해서 우리 영화에도 모셨다.

-파트1과 달리 파트2는 인물들의 대사가 극을 끌고 간다. 일상적인 대화 중 환상적인 경험에 관한 언급 한번이 극의 전개를 굴곡지게 하는데, 대사를 어떻게 쓰고 싶었나.

장건재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일상적이지만 한겹 더 들어가서 유심히 들으면 이들의 숨겨진 사연과 감정이 드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재(강진아)와 태규(곽민규)가 일하는 무주군청, 시장, 가정집 등 무주의 여러 공간과 그 속의 사람들이 현장에서 바로 섭외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장건재 즉석에서 섭외를 한 분은 없지만 무주에서 조사를 하는 동안 도움을 받은 분들에게 출연을 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긴 했다. 특히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 공무원 분이 계신데, 그분을 민재의 모델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진아, 곽민규 배우도 군청 분들과 동행하며 그곳의 분위기를 체화해 연기해줬다.

-라스트신이 매우 기이한 인상을 자아낸다. 많은 사람이 함께 걷는 장면으로 파트1과 파트2 모두를 함께 마무리 짓는 느낌도 들더라.

장건재 영화에 말하자면 귀신 같은 존재들이 나오는데, 엔딩에서 이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한때 무주에 살았던, 그러나 지금은 무주에 없는 사람들이 어디론가 마중을 나가는 장면을 찍고 싶었다. 원래는 반딧불이를 찍으려 했으나 반딧불이 촬영이 쉽지 않아 사람을 찍었다.

-관객이 <달이 지는 밤>을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김종관 영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입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두 작품이 하나의 영화로 묶일 수 있도록 많은 걸 양보해준 장건재 감독, 이 스산한 얘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 무주군에 감사하다.

장건재 우리가 따로 또 같이 만든 두 단편의 영화적인 태도나 긴장감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걸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달이 지는 밤>을 소개하고 싶다. 이 영화의 산파라 할 수 있는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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