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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2020년의 기록들
장영엽 2020-12-11

코로나19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한주였다. 즐겨 찾던 가게가 문을 닫았고, 안전문자의 문구와 동선으로 존재하던 확진자 정보에 지인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취재 일정을 이어가는 <씨네21> 기자들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과 평안을 잃지 않는 연말을 보내시길 바란다.

지난호에 이어 준비한 두 번째 연말 결산 특집 기사에서는 올 한해의 주요 사건과 변화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보았다. 시시각각 사건, 사고가 잇따랐던 2020년은 최전방에서 영화계 이슈를 접하는 매체의 입장에서도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던 한해였는데, 1년 동안 한국 영화산업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번호 결산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서 영화가 먼저 개봉하고 배급의 마지막 단계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화가 공개되던 구조가 바뀌며 ‘영화란 무엇인가’란 오래된 질문이 다시금 부상하는가 하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하는 플랫폼간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며 플랫폼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극장에서 신작영화가 자취를 감췄으며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이 가속화되었고 기자들을 초청해 진행되던 제작보고회 또한 온라인 중계로 바뀌었다. 영화제 개최 기간만 114일이었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사례처럼 특정 공간, 특정 시기에 특색 있는 영화를 집중해서 만났던 영화제의 운영 방식도 변화에 직면했다. 이주현, 임수연 기자가 취재한 월별 주요 이슈와 극장, 넷플릭스, 국내 OTT, 영화 마케팅, 영화제의 변화를 살펴보니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우리가 이토록 멀리 와버렸나 싶어 생경한 마음까지 든다.

다소 딱딱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변화를 주의 깊게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건 이 모든 것들이 과거의 사건으로 치부될 훗날, 이 시기를 반추하고자 하는 누군가를 위한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올해 잡지를 만들며 개인적으로 체감한 변화 중 하나가 아카이브로서의 영화 매체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관객이 개봉 1, 2주차에 극장을 찾고 영화 정보에 대한 수요도 개봉 직후 빠르게 일어났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관객이 신작 혹은 구작 영화를 수개월간에 걸쳐 서서히 접하는 패턴이 형성됐다. 그래서인지 <씨네21>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씨네21> 스토어팜’(cine21store.com)을 통해 몇주 전, 몇달 전에 발행된 과월호를 구매하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영화가 널리 서비스되며 <씨네21>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SNS를 통해 잡지 구입을 문의하는 외국인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변화다. 최근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쇼피(Shopee)에 <씨네21>이 입점하게 된 것도 이러한 변화에 따른 선택이었다. 급변하는 세계에 발맞추어 어떤 모습의 영화매체가 되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연말이다. 2021년에도 계속될 씨네리의 변화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