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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제의 팟캐스트 '씨네마운틴'의 장항준 감독, 송은이 컨텐츠랩 비보 대표를 만나다①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1-01-25

샛길로 한 걸음씩, 영화라는 거대한 산을 향하여

장항준 감독, 송은이 대표(왼쪽부터).

“어떤 분들은 왜 이렇게 영화랑 관련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느냐고 하는데, 영화랑 관련된 거 보고 싶으면 <씨네21>을 읽으세요!” (<씨네마운틴> 스페셜 2편 중 장항준 감독) 팟캐스트 방송 <씨네마운틴>은 제목 그대로 영화라는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토크를 시작하지만 계속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대부>의 원작 소설 작가 마리오 푸조가 태어난 1920년부터 시작하다가 용훈이의 셋째 형 용필이 형이라든지 차승재, 장원석, 강우석 등 충무로 영화인들에 대한 ‘썰’로 이야기가 급회전한다. 최근 <박하사탕> 회차를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를 만났다. <씨네마운틴>처럼 가끔 샛길로 새기는 했지만,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는 수다 속에 잔잔한 감동이 있던 시간을 전한다.

-먼저 컨텐츠랩 비보에 축하할 일이 있었다. 지금의 회사를 있게 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이나 최근의 <밥블레스유> <북유럽> 등을 함께한 김숙씨가 KBS 연예대상을 받았다. (일동 박수) 그 모습을 보면서 송은이씨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무대 위에서 다 같이 축하해주는 모습이 전파를 탔을 텐데.

송은이 방송엔 안 나갔지만 바로 현장에서 축하를 해줬다. 숙아~ 앞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가 안내할게! (웃음)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송은이씨가 대상을 받는 순간도 기다리고 있다.

송은이 정말 안 받고 싶은 상이다. 너무 부담될 것 같다.

장항준 은이는 그런 걸 받으면 좋을 텐데.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송은이 오히려 나도 그런 게 욕심난다. 2018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예능상을 받을 때 웹 예능 프로그램 <판벌려>가 함께 후보에 올랐던 게 너무 좋았다.

-<씨네마운틴>도 언젠가 그런 영예를 얻기 바라며. (웃음) 원래 채널A에서 하던 예능 <송은이 김숙의 영화보장>이 있지 않았나. 그때 출연진 중 하나가 장항준 감독이었다. 어떻게 보면 컨텐츠랩 비보가 만든 TV 예능 프로그램이 팟캐스트 시장으로 역수입된 것이다.

송은이 워낙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송은이 김숙의 영화보장>을 하면서 느낀 건 “역시 오빠의 거짓말은 죽지 않았구나!”. 그리고 이 오빠를 담기에는 1시간 분량의 버라이어티 방송이 너무 컸다. (일동 폭소) 더 작은 그릇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팟캐스트로 왔는데 이게 찰떡이었던 거지. 오빠는 본인 위주로 가는 걸 좋아하지 n분의 1로 시간을 나눠 갖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또 사람이 많으면 오빠가 하는 토크의 진액이 나오기가 어렵다. 이 오빠 얘기는 오래 듣고 있다 보면 웃긴 게 나오는데 사람들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장항준 지금 인터뷰를 하는 바로 이 방이었지. “오빠, 우리 회사 가서 술 마실래?” “좋지!” 그런데 술은 없고 여기 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아니, 안주가 수첩인가? (웃음) 그때부터 영화 프로그램을 만들 거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다. “그냥 편하게 얘기하고 녹음하는 거야~.” 왠지 출연료를 줄 것 같지 않은 불길한 느낌이 들더라고!

-그런데 <씨네마운틴>으로 장항준 감독이 엄청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TV에 나오던 사람이 새삼스럽게 주목받다니!

장항준 호주에 사는 동생까지 “지금 난리야! 오빠 완전 떴어”라며 댓글을 캡처해서 보낸다. “지난해엔 김은희, 올해는 장항준인가?”

송은이 “러블리 항준”이라는 댓글도 있고.

-심지어 “좋은 남편감”이라는 댓글까지 봤다.

장항준 그건 그렇지. (웃음)

송은이 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데 오빠는 본인 입으로 얘기하면서 깎아먹는 스타일이야.

장항준 난 남이 얘기해주기 전까지 못 기다리겠어. 우리 와이프가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간다기에 내가 할머니 모셨던 미담 좀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건성으로 알겠다고 하는 거다. 그러고는 안 했어!

송은이 와이프 카드로 와인 바에서 돈 쓴다는 얘기만 너무 화제가 돼가지고. 어제오늘 쓴 것도 아니고 쭉 써왔던 건데 왜. (웃음)

가창 장항준, 고수 송은이

-송은이씨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동료 예능인의 새로운 매력을 잘 발굴해 대중에게 주목받게끔 도와주는 뛰어난 기획자 아닌가. 이번 <씨네마운틴>에서도 그 능력이 주효했다. 송은이의 힘이다.

송은이 사람이 20여년 동안 한결같기가 정말 어려운데 다시 만났을 때 대학생 때 느낌을 고스란히 받았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최고가 된 것 같은 해맑음. 그래서 오빠랑 이 방송을 하면서 내가 다시 살아난 것도 있다. 무엇보다 대학생 때 신세를 많이 졌다. (장항준을 바라보며) 원래 부잣집이었는데 그때까진 잘살았다고 나한테 그랬어.

장항준 아니야, 망한 다음이었어.

송은이 망했는데 티를 안 낸 거였어?

장항준 부자가 망해도 몇년은 간다잖아. 우리 아버지가 망하기 직전에 뭘 슬쩍 챙긴 걸 수도 있지만. (웃음)

송은이 하여튼 지갑을 잘 열고 잘 사줘서 같이 있으면 술값, 밥값 걱정을 안 했다. 그땐 우리가 너~무 거지였고, 오빠는 자기 얘기 들어주니까 계속 사주고.

장항준 돈을 주고 내 얘길 듣게 한 거지!

송은이 그리고 당시 연극과 선배들과 조금 다른 면을 많이 보여줬다. 연기나 무대에 대한 열정을 가르쳐준 선배들은 많았지만, 오빠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든지 세상 보는 눈을 넓게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줬다. 사실 그 당시엔 귀담아듣지 않고 다음 안주만 기다렸지만! 수업엔 안 들어와도 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수업 빼먹고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한 적도 있다. 같이 들은 게 전공 수업이었는데 오빠 때문에 F 받을 뻔했다. (웃음)

-<씨네마운틴>을 듣고 있으면 송은이씨가 영화에 관심이 많고 아는 것도 많다는 게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분명 저 정도 영화 지식은 있을 텐데 모르는 척하고 장항준 감독이 직접 말할 수 있게끔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덕분에 장항준 감독이 전문가로서 빛을 발하는 면이 확실히 있다.

송은이 음…. 솔직히 알면서 모른 척한 부분도 있긴 한데, 7% 정도다.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깊이 있게 알고 싶진 않았고 그냥 그 순간 내가 느낀 기억과 추억으로 간직했다. 방송을 위해 정리된 자료는 사전에 다 공유해서 한번씩 읽어보긴 한다. 그런데 내 입으로 얘기하면 분명 재미가 없을 거고 특유의 맛을 못 살릴 거다.

장항준 아까 다 봐놓고 내가 방송에서 얘기하면 처음 듣는 것처럼 놀라고. (웃음)

송은이 오빠는 판소리의 가창자, 나는 고수인 거다. 가창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대가 완전히 달라지고, 고수는 내용은 다 알지만 장단만 잘 맞춰주면 된다. 난 사람들의 궁금증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다.

-덕분에 장항준 감독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거다. 역시 사람의 매력을 잘 살려주는 제작자! 그렇다면 역으로 묻겠다. 장항준 감독이 생각하기에 송은이씨의 매력은 무엇인가.

장항준 기본적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중요시한다. 능력은 뛰어난데 나쁜 사람이면 같이 일을 안 한다. 저런 놈까지 같은 지붕 아래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우리가 살면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간과하는 부분 아닌가.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욕심이 생기고 경제적으로 흔들리면 차악과 손잡자는 결정도 할 수 있는데, 은이네 회사는 전혀 그렇지 않고 무슨 공익광고 같다. 모두가 회사의 주인처럼 능동적으로 일한다.

-<씨네마운틴>에 그런 에피소드가 나온 적 있지 않나. 술을 마시며 스탭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인성 나쁜 감독에 대해 욕하다가 그래도 영화를 잘 만드니까 된 거라며 다들 한숨을 푹 쉬니까, 당시 막내였던 이해준 감독이 “도덕과 윤리를 넘어선 재능이라는 게 세상에 있을 수 있어? 만에 하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린 그걸 인정해선 안돼”라고 했다고. 컨텐츠랩 비보가 지향해왔던 ‘무해한 코미디’와도 맞닿은 말이었다.

장항준 그 방송을 듣고 이명세 감독님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연락을 해왔다. 덕분에 자기 작품의 방향을 정했다고. 그래서 언제까지 고생할거냐며 영화 들어갈 생각을 해야지 정신 좀 차리라고 했다. (웃음)

송은이 웃기려고 하는 방송에서 같이 풀었던 얘기가 영화계의 판을 바꾼 거야? (웃음) 오빠가 참 짓궂고 자기애가 강해서 그렇지 남에게 피해주는 사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호기심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 20년 만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너무 좋았다. 그때 다룬 첫 영화가 <대부>였는데, A4 용지에 우리가 알아볼 수 없는 지렁이 같은 글씨로 뭘 잔뜩 써왔더라. 결국 <대부> 얘기만 4주인가 5주가 나갔다. 그때 방송하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언젠가 이 오빠랑 무언가를 같이해야겠다고 쭉 생각했다.

-<영웅본색> 얘기하려면 오우삼 감독이 태어난 1946년부터 수다를 시작하는 <씨네마운틴>의 구성이 거기서 시작된 거네.

장항준 어떤 소년이나 소녀가 태어나 어떠한 환경 속에서 영향을 받고 성장하고 좌절하다 결국 영화를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이런 얘기를 해주는 방송은 거의 없다. 그런데 그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장항준 감독이 하는 1시간짜리 강연을 들으러 갔는데, 결국 장항준 감독이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끝났다고. (일동 폭소) 감독이 영화 일도 시작하지 못하고 강의가 끝나서 너무 어이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본 편은 <화제의 팟캐스트 '씨네마운틴'의 장항준 감독, 송은이 컨텐츠랩 비보 대표를 만나다②>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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