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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미국 시상식 화제작]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블랙팬서의 빛나는 날들
안현진(LA 통신원) 2021-04-09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사진제공 EVERETT

감독 샤카 킹

출연 대니얼 컬루야, 라키스 스탠필드, 마틴 신

상영 플랫폼 미국 내 극장 및 HBO Max

주요 수상·후보지명 기록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주제가상 후보

-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대니얼 컬루야) 수상

-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남우조연상(대니얼 컬루야) 수상

-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 수상

- 아프리칸-아메리칸 영화비평가협회 작품상, 남우조연상(대니얼 컬루야), 여우조연상(도미니크 피시백), 브레이크아웃 감독상 수상

미국의 급진적 정치단체 블랙팬서당의 태동기였던 1960년대 후반 시카고 지부의 의장이었던 프레드 햄프턴.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유복자로 태어난 프레드 햄프턴 주니어는 우선 반대했다. 이전에도 많았던 프레드 햄프턴에 대한 영화 제안에 대해 그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유산은 우리의 삶보다 중요하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왜곡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 프레드 햄프턴 주니어가 자문으로 참여한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는 20대에 블랙팬서당 시카고 지부의 의장이 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프레드 햄프턴(대니얼 컬루야)의 짧은 생에서도 마지막 1년여를, FBI 정보원으로 블랙팬서당에 잠입했던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군중 앞에서 주먹을 올리며 웅변하던 프레드 햄프턴과 블랙팬서당의 전성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고른 이야기는, 그렇기에 프레드 햄프턴의 전기영화라고 부르기에 주저된다. 대마초를 피우는 신혼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독립영화 <뉴얼리웨드>(2013)를 만든 해에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상을 수상한 샤카 킹 감독이 8년이 지나 두 번째 장편으로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를 내놓은 데는 매력적인 이야기와 인물 외에도 흑인의 인권을 넘어 생명이 중요하다고 외치기 시작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과 오스카를 비롯한 할리우드의 편향성과 차별성을 꼬집는 #OscarSoWhite 무브먼트 등 지금 이 시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FBI를 사칭하고 다니며 자동차를 훔치던 좀도둑 윌리엄 오닐은 FBI의 정보원이 되는 대가로 죄를 면한다. 오닐에게 주어진 과제는 블랙팬서당에 침투해 프레드 햄프턴과 가까워지는 것, 그래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FBI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꼼짝없이 감옥에 가야 하기에 오닐은 블랙팬서당에 침투한 뒤 빠르게 햄프턴의 신임을 얻어 시카고 지부의 보안담당 자리까지 오르고, 햄프턴의 동태를 알리고 본부의 청사진을 그려 넘기는 등 스파이로서의 임무를 계속한다.

당시 FBI를 이끌던 존 에드거 후버(마틴 신)는 카운터 인텔리전스 프로그램(약칭 코인텔프로)을 통해 미국 내 저항적인 정치조직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많을 때에는 약 3천명의 내부 첩자가 이 프로그램에 채용되어 활동했다. 코인텔프로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맬컴 엑스, 블랙팬서당, 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 등 당시 미국에 존재했던 여러 정치조직과 리더들을 사찰했다. 프레드 햄프턴이 후버의 눈엣가시가 된 이유는 주류의 비판처럼 블랙팬서당이 인권을 빌미로 무기를 든 무장단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종주의에는 연대로, 자본주의에는 사회주의”로 맞서자고 외치는 햄프턴이 미국에서 인종간 분리의 골이 가장 깊은 시카고에서 이른바 ‘레인보우 연합’을 결성해 각 인종을 대표하는 저항단체간의 화합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햄프턴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기득권층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만큼 드라마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에서 영화는 다큐멘터리 푸티지를 십분 활용한다. 햄프턴이 체포된 이유가 밝혀지는 건 다큐멘터리 TV시리즈 <아이즈 온 더 프라이즈>에서 오닐을 인터뷰한 영상에서다. 딱히 적당한 죄목을 생각하지 못한 FBI는 아이스크림을 70달러어치 훔쳤다며 햄프턴을 체포해 5년형을 선고한다.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로 돌아가게 된 햄프턴에게 조직은 주변의 사회주의국가로의 망명을 권하며 자금을 건네지만, 임신한 약혼녀 데보라(도미니크 피시백)와 함께 그는 이 돈으로 무료진료소를 지어 커뮤니티를 도우라며 거절한다. 그리고 그날 밤, 오닐이 그려준 아파트 청사진을 받고 급습한 FBI에 의해 햄프턴은 살해된다.

영화는 그 뒤에 일련의 팩트를 나열하며 마무리한다. 살아갈 방법을 찾았던 자신의 선택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던 오닐은, 40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혁명가는 죽일 수 있어도 혁명을 죽일 수는 없다”며 주어진 인생보다 큰 삶을 살았던 프레드 햄프턴이 숨진 나이는 고작 22살, 그가 죽은 날로부터 25일 뒤 아들 프레드 햄프턴 주니어가 태어났다. 햄프턴이 살해되던 밤, FBI가 발포한 총탄의 수는 99발, 블랙팬서당이 발포한 총탄의 수는 1발이었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그 한발마저도 침입 경로를 향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이후 민사소송이 제기되어 1982년 185만달러의 배상액으로 햄프턴측이 승소했다.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는 배신자 오닐을 햄프턴보다 더 긴 시간을 들여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선택을 했다. 영화의 공동작가인 케니 루카스와 키스 루카스는 샤카 킹 감독에게 피칭할 때 코인텔프로가 배경이 되는 <디파티드>라고 했다는데, 영화는 영웅시되는 햄프턴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반면, 두 조직 사이에서 불안해하고 고뇌하는 오닐과의 거리는 밀고 당겨 영리하게 연출했다. 타이틀 롤인 햄프턴과 오닐은 영화의 무게중심을 균형 있게 나눠가졌고, 지난 3월 15일 오스카는 프레드 햄프턴을 연기한 영국 배우 대니얼 컬루야와 빌 오닐을 연기한 라키스 스탠필드 모두 남우조연상 최종 후보로 호명했다. 이에 앞서 대니얼 컬루야는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오스카 수상에 대한 기대가 높다.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는 오스카 남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 각본상, 촬영상,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블랙팬서당

사진제공 EVERETT

1966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대학생인 휴이 뉴턴과 바비 실에 의해 창립된, 흑인을 위한 정치조직이다. 검은색 의상에 검은색 베레모를 착용했으며 경찰의 무력으로부터 흑인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해 무장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장전된 총기가 보이도록 소지하는 것은 당시에는 합법이었다. 극좌파의 성향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이념적으로 다양한 구성원이 있었으며, 당의 세력이 커질수록 경찰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나아가 아이들에게 무료 조식을 제공하고 무료 진료소, 무료 학교를 세워 흑인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려는 활동을 더해갔다.

총기를 소지한 까닭에 무장단체로 분류됐고, 총기사건과 사고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다. 1967년 멀버리 액트에 의해 공공장소에서의 장전된 총기 소지가 불법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블랙팬서당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안이었다고 한다. 프레드 햄프턴이 죽은 다음해인 1970년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미국 내 68개 도시에 지부가 세워졌고 당원 수는 수천명에 달했다. 역사적으로 블랙팬서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블랙팬서당은 미국 내 흑인 해방 투쟁에 한획을 그었으나, 정치적 그룹이라기보다는 범죄 조직으로 묘사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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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EVER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