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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미국 시상식 화제작]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윤여정 배우의 가장 강력한 오스카 경쟁자, ‘투타’는 누구?
임수연 2021-03-19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Borat Subsequent Moviefilm

감독 제이슨 울리너

출연 사샤 바론 코언, 마리아 바칼로바, 톰 행크스

상영 플랫폼 아마존 프라임

주요 수상·후보지명 기록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각색상 후보

-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사샤 바론 코언) 수상

-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여우조연상(마리아 바칼로바) 수상

오스카를 앞두고 비평가협회 및 골든글로브 등 유력 시상식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여우조연상은 <미나리>의 윤여정과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이하 <보랏2>)의 마리아 바칼로바 중 한 사람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두 배우 모두 할리우드에서 찍은 첫 영화로 오스카 수상을 꿈꾸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대체로 좋은 평을 받기 어려운 코미디영화의 속편인 <보랏2>의 선전은 보다 예상밖의 사건이었다. 전편에 이어 현지 비평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낯선 불가리아 출신 배우가 오스카 레이스의 스타로 떠오른 것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제작 방식이 가짜를 진실로 속게 만드는 배우의 재능을 극한까지 시험하고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바칼로바는 과장된 코미디와 현실에 흡수되는 리얼리티를 본능적으로 오가며 이 농담 같은 프로젝트를 성립시킨다. <보랏2>는 타이틀롤 ‘보랏’이 아닌 ‘투타’의 영화다.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2006)에서 <SOS 해상 구조대>의 파멜라 앤더슨과 결혼하기 위해 LA로 떠났던 보랏 사그디예브(사샤 바론 코언)는 영화 때문에 카자흐스탄이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는 이유로 리포터직을 영구 박탈당하고 강제수용소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14년 후, 카자흐스탄 정부는 그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바로 카자흐스탄이 트럼프의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측근에게 선물을 주고 오라는 것. 뇌물은 바로 카자흐스탄 문화부 장관 겸 넘버1 포르노 스타 원숭이 조니다. 그런데 원숭이 조니 대신 철창에 갇혀 살며 ‘멜라니아’처럼 되기를 열망하던 딸 투타 사그디예브(마리아 바칼로바)가 대신 박스에 실려 미국에 오게 된다.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트럼프가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원숭이 대신 투타를 선물로 바치고 오라는 새로운 미션을 준다. 투타는 백인 남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금발로 염색하고 가슴 확대 수술을 준비한다.

<보랏2>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비밀리에 촬영됐다. 사샤 바론 코언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번 속편을 계획하게 되는데, 문제는 능청스럽게 일반인을 속이며 모큐멘터리를 찍기에는 미국 현지에서 ‘보랏’ 캐릭터 자체가 너무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캐릭터 투타와 그를 연기할 신인 배우의 역할이 중요했다.

제이슨 울리너 감독은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람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지, 코미디영화 프로젝트인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실 세계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스크린에서 웃기면서 실제 인물인 것처럼 보이게 연기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코미디 연기를 해도 실제 사람들이 보기에 배우처럼 보여서는 안됐고, 보랏과의 감정 신도 연기해야 했다. 그래서 LA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눈을 돌려 오디션을 봤다”고 전했다. 작품의 정체가 비밀에 부쳐진 채 오디션이 진행됐기 때문에 마리아 바칼로바는 이 모든 것이 인신매매를 위한 사기극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고 런던에 도착했다.

그 결과 <보랏2>는 그들이 코미디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현실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몇 가지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었다. 보수당 정치 행동 회의에서 연설 중인 마이클 펜스 부통령 앞에 트럼프 분장을 하고 나타나 “당신에게 바칠 소녀를 데려왔다”며 난동을 부릴 때, 하나님이 창조한 아기를 죽여서는 안된다고 믿는 위기 임신 센터를 찾아가 투타가 보랏의 아기를 임신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할 때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리액션은 전부 진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팀이 현장에 상주했고, 사샤 바론 코언은 <할리우드 리포터>에서 “방탄조끼를 입으라는 조언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하는 집회에서 오바마에게 우한 독감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노래를 부를 때는 총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방탄조끼를 입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하지만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며 사람들과 직접 교류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보랏이 딸의 가슴 확대 수술 비용을 버는 동안 투타를 대신 보살피는 베이비시터 제니스다. 마리아 바칼로바는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투타 캐릭터로 제니스와 어울리며 긴 대화를 나눴고, 제니스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라”, “얼굴이나 몸을 바꾸지 말고 행복해져라”, “너의 아빠는 거짓말쟁이니까 네 머리로 직접 생각하고 학교에 다녀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보랏2> 촬영 첫날, 마리아 바칼로바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요?”라고 걱정하며 물었고, 제이슨 울리너 감독은 “음, 오스카를 받을 것 같아”라고 답했다.(<벌처>의 팟캐스트 방송 <굿원>) 마리아 바칼로바는 10대 사춘기 소녀의 어리숙한 치기와 최신 문물에 적응하지 못하는 ‘촌뜨기’의 모습, 배우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 패기까지, 등장하는 모든 순간 장면을 훔친다. 특히 백인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참석한 무도회에서 다산을 기원하는 카자흐스탄 전통 댄스를 추는 장면이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공교롭게도 생리 중이었던 투타는 열심히 다리를 찢으며 피가 흥건한 속옷을 미국인들 앞에 보란 듯이 내보이는데, 가장 보수적인 나라에서 온 소녀가 생리에 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풍토를 역설적으로 박살내는 순간은 단연 <보랏2> 최고의 명장면이다.

순간적인 광기를 보여주다가도 도저히 연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현실감을 더하는 바칼로바는 심지어 유명 정치인을 감쪽같이 속이는 데도 성공한다. 금발의 리포터로 변신한 마리아 바칼로바, 아니 투타는 뉴욕 시장을 역임했던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를 인터뷰를 빙자해 만나는 데 성공하는데, 줄리아니가 침실로 이동해 바칼로바의 신체를 만지고 급기야 자신의 바지 속에 손을 넣기까지 하는 날것의 광경이 <보랏2> 본편에 공개되면서 큰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줄리아니는 옷에 부착된 마이크를 떼고 셔츠를 고쳐 입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불가리아 출신 배우의 비상은 단지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마리아 바칼로바는 ”동유럽 배우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주로 매춘부나 폭도 등 악역으로 묘사된다. 대부분의 경우 동유럽인도 아닌 러시아인으로 등장한다”(<할리우드 리포터>)라며 자신에게 <보랏2>가 얼마나 큰 기회였는지 설명했다. <보랏2> 개봉 이후 현실에선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흑인 여성 최초의 부통령이자 남아시아계 미국인 최초의 부통령이 탄생했다. 영화 안팎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전복과 성취는 또 다른 드라마를 쓴다. 마리아 바칼로바는 단연, 그 역전극에서도 근사한 주인공이다.

톰 행크스가 왜 거기서 나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 퍼지면서 <보랏2>는 촬영 연기 심지어 프로젝트 중단까지 고민했지만, 선거 이전에 프로젝트를 끝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아예 코로나19 이슈를 적극적으로 영화에 녹여내기로 결심했다. 영화 끝부분에 카메오 출연하는 톰 행크스는 실제 코로나19에 걸렸던 당사자이기 때문에 제작진에 출연 요청을 받게 됐고,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젠틀한 배우답게 기꺼이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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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아마존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