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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미국 시상식 화제작]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비올라 데이비스와 故 채드윅 보스만 오스카 주연상 거머쥘까
이주현 2021-04-09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Ma Rainey’s Black Bottom

사진제공 EVERETT

감독 조지 C. 울프

출연 채드윅 보스만, 비올라 데이비스, 글린 터먼, 콜먼 도밍고, 마이클 포츠

상영 플랫폼 넷플릭스

주요 수상·후보지명 기록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여우주연상(비올라 데이비스),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후보

-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수상

-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분장상, 의상상 수상

- 제46회 LA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남우조연상(글린 터먼) 수상

스토리 1927년 시카고의 녹음 스튜디오. 당대 최고의 흑인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와 그녀의 전속 밴드 멤버들이 음반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다. 밴드의 대기실이자 연습실인 지하실에선 젊은 트럼펫 연주자 레비(채드윅 보스만)와 고참 멤버들이 음악과 종교와 삶의 태도를 두고 끊임없이 언쟁 중이고, 1층 녹음실에선 스튜디오의 백인 매니저와 제작자가 마 레이니를 컨트롤할 수 없어 전전긍긍이다.

녹음할 곡의 순서와 편곡까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마 레이니는 사전 협의 없이 말 더듬는 자신의 조카에게 도입부에 들어갈 소개말 녹음을 맡긴다. 조카의 실수와 기술적 문제 등으로 녹음은 지연되고, 레비와 멤버들, 레비와 마 레이니, 마 레이니와 백인 제작자 사이의 신경전은 고조된다. 평화는 오직 3분 남짓, 마 레이니의 목소리와 밴드의 연주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녹음의 순간에 잠시 머문다. 마 레이니의 음반 녹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야망으로 가득 찬 젊은 트럼펫 연주자 레비의 꿈이 좌절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마 레이니 ‘블루스의 어머니’라 불리는 마 레이니(1886~1939)는 미국 최초의 프로페셔널 블루스 보컬로 후대 블루스 가수들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에서도 언급되듯, 동시대 미국의 위대한 블루스 가수였던 베시 스미스도 마 레이니에게 블루스를 배웠다. 본명은 거트루드 맬리사 닉스 프리짓. 10대 때부터 공연했고, 1904년 윌리엄 ‘파’ 레이니와 결혼하면서 ‘마’ 레이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파워풀한 보컬과 퍼포먼스로 관객을 사로잡았으며, 1920년대엔 파라마운트를 통해 100장이 넘는 음반을 발매했다.

영화 제목(<Ma Rainey’s Black Bottom>)은 마 레이니가 1927년에 발매한 음반의 제목에서 따왔다. 마 레이니의 노래는 흑인 페미니즘 운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노래 가사엔 밤새도록 술 마시고 파티를 하며 복수를 위해 다른 남자와 잠을 자는 흑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미국의 인권 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안젤라 데이비스는 책 <블루스 레거시 앤드 블랙 페미니즘>에서 마 레이니의 노래 가사에는 “남자들처럼 대범하게 행동할 권리, 심지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권리를 대놓고 축하하는 여성들”이 가득하다고 썼다. 흑인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묘사, 이성애 중심의 생각과 여성을 향한 고착된 시선과 싸우는 마 레이니의 노래는 <컬러 퍼플>의 저자 앨리스 워커가 캐릭터를 발전시키는 데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에서도 마 레이니는 독립적이고 두려움이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상대가 백인 남자라 하더라도 당당함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백인 남자에게 ‘고장난 자동차를 고쳐놔라, 더우니 선풍기를 가져와라, 당장 콜라를 사와라’ 하고 지시하는 인물, 그게 마 레이니다. 영화에서 마 레이니는 말한다. “저들(백인)은 날 생각해주지 않아. 놈들이 원하는 건 내 목소리야. 내 고약한 행동 때문에 놈들이 괴로워한다고 해도 끝까지 요구할 거야. 자기들한테 돈 벌어다주는 흑인은 사람 취급해주지만 그게 아니면 그냥 골목의 개야.”

사진제공 EVERETT

비올라 데이비스 미국 드라마 <범죄의 재구성>으로 흑인 배우 최초로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펜스>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비올라 데이비스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또 한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두드린다. 마 레이니가 된 비올라 데이비스는 짙은 화장과 화려한 의상에 위압적 표정을 두르고 영화 속을 누빈다. 무심하게 땀을 닦는 행동에도 묵직함이 전해지는 비올라 데이비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마 레이니가 실제로 얼마나 거대한 존재였는지 자연스레 인식하게 만든다.

비올라 데이비스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다만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는 극작가 오거스트 윌슨이 1982년에 쓴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데, 비올라 데이비스와 오거스트 윌슨의 인연이 깊다. 비올라 데이비스는 오거스트 윌슨의 작품인 <펜스>의 연극과 영화에 모두 주연을 맡았고, 오거스트 윌슨의 독백 대회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우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언급해야 할 또 한명은 덴젤 워싱턴인데, <펜스>의 감독이자 배우인 덴젤 워싱턴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제작자 중 한명이다.

오거스트 윌슨 언급했듯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원작은 오거스트 윌슨의 희곡이다. 오거스트 윌슨은 20세기 미국 흑인들의 삶을 풍부하게 이야기해온 극작가다. 190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각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10편의 연극 ‘피츠버그 사이틀’ 시리즈가 유명하다. <지트니> <펜스> <마 레이니스 블랙 보텀> <피아노 레슨> <킹 헤들리 2세> 등이 이 시리즈에 포함되며, <펜스>와 <피아노 레슨>으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비올라 데이비스와 덴젤 워싱턴뿐 아니라 많은 흑인 예술가들이 무대의 검은 시인으로 불렸던 오거스트 윌슨에게 애정을 보냈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재공연된 연극 <마 레이니스 블랙 보텀>에선 우피 골드버그가 마 레이니를 연기했고, 존 레전드는 2017년에 <지트니> 리바이벌 연극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토니상 베스트 리바이벌 연극상을 수상했다.

채드윅 보스만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암 투병 중에도 연기를 놓지 않았던 채드윅 보스만의 마지막 작품이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뜬 그는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42>), 천재 뮤지션 제임스 브라운(<제임스 브라운>), 흑인 히어로(<블랙팬서>) 등을 연기하며 그 스스로 자랑스러운 영웅의 초상이 되었다. 마지막 작품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에선 재능과 야망을 모두 갖췄지만 세상을 과신한 트럼펫 연주자 레비를 연기한다. 박해의 역사를 몸에 새기고 일찍이 냉소와 방어적 태도를 익혔으나 순진하게 희망을 품었다 자멸하는 레비는 그간 채드윅 보스만이 연기한 영웅적 면모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고 채드윅 보스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는 장면도 많다. 비올라 데이비스가 거대한 암석처럼 영화에 자리하고 있다면 채드윅 보스만은 부딪히고 깨지길 반복하며 변화무쌍한 감정 곡선을 그린다. 관객의 시선을 꼭 붙들어두는 에너지를 느끼고 있자면 그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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