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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오브 더 데드' 잭 스나이더 감독 - 좀비의 진화, 인간에게 위협적인 이유는
이주현 2021-05-21

<아미 오브 더 데드> 촬영 현장의 잭 스나이더 감독. 잭 스나이더는 이번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뿐 아니라 촬영까지 담당했다.

<300> <왓치맨> <맨 오브 스틸> <저스티스 리그>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오랜만에 좀비영화로 귀환했다. 데뷔작 <새벽의 저주>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넷플릭스에서 5월 21일 공개되는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좀비영화 <새벽의 저주>를 만들고 난 직후 구상한 이야기다. 진화한 좀비들이 출몰한 상황. 스콧(데이브 바티스타)을 중심으로 모인 용병들이 카지노 금고 속 거액을 꺼내오기 위해 좀비들이 점령한 도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내용이다.

좀비영화에 하이스트 영화의 요소를 은 뒤 물량공세 군중 액션 신으로 혼을 빼놓는 이번 영화에서 잭 스나이더는 촬영감독으로 현장을 누비기도 했다. 일찌감치 <아미 오브 더 데드>의 프리퀄 제작에 돌입한 그를 화상으로 만났다.

-영화의 배경으로 왜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했나.

=좀비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에 좋은 장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대의 카지노와 도박꾼들이 모인 라스베이거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고 사회적 논평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새벽의 저주> 이후 다시 좀비영화로 돌아갔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새벽의 저주>를 마무리하고 바로 <아미 오브 더 데드>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상당히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이 이야기는 항상 거기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영화에 대한 내 사랑,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내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선 내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는데, 그럼으로써 영화를 만드는 물리적 행위와 다시 긴밀히 연결됐다고 느꼈다. 그 점이 영화를 만들며 경험한 것 중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영화 속 좀비들은 영리하고 빠르며 생각할 줄 안다. 이러한 좀비가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좀비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몬스터니까. 그런데 좀비영화에서의 몬스터는 무엇인가. 인간성의 여부에 달려 있다. 좀비영화에서 몬스터는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과 같다. 그렇다면 그다음 단계는 뭘까. 좀비들은 어떻게 진화할까. 진화의 단계로서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영화 속 좀비들은 자신들의 주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지만 세상을 점령하고 말겠다는 야심이 없다. 그들은 그 안에서 살아간다. 나는 그것이 흥미로운 진화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진화의 버전이 파괴를 일삼는 우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이 꼭 담기길 원했다. 아마도 영화의 맥락을 따라가면 일부 좀비들에게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좀비영화, 슈퍼히어로영화, 판타지영화 등을 만들어왔는데 이러한 장르의 시도가 당신에겐 어떤 의미를 지니나.

=신화적인 세계나 신화적인 규모의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 창조적인 세계의 이야기들이 내게 영감을 주고, 그런 것에 매료된다. 인류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필연적인 이야기보다는 휴머니티를 담고 있는 신화적 스토리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메타포를 발견한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면, 그 편이 훨씬 흥미롭다.

-좀비의 출몰로 인한 도시 봉쇄,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체온 측정기, 격리 수용소 운영 등 여러 요소들이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을 반영한 듯한데. 팬데믹의 경험을 반영하고자 한 측면이 있나.

=영화 촬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이루어졌다. 체온 측정기 사용이나 격리 상황이나, 그것이 지금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될 줄 전혀 모른 채 영화를 만들었다. 나중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정말 말도 안되고 웃긴 상황이 벌어졌다고. 흥미로운 건 이런 거다. 이미 우리가 현실에서 본 것 같은 정치적 상황들이 영화에서도 벌어진다. 영화 속 정치인 중 일부는 무신경한 서부 개척 시대의 태도를 가지고 있고, 또 일부는 그보다 더 보수적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것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아무튼 우리는 셧다운되기 전에 90%를 완료한 상태였고, 팬데믹 동안에 영화를 완성했다. 팬데믹 기간에 일부 재촬영도 했다.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이 모든 게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신기하고, 현재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너무나 흥미롭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었다. <아미 오브 더 데드>도 넷플릭스와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인데, 영화 플랫폼의 변화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넷플릭스와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만들기로 했을 때부터 이건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개하는 작품이란 걸 이해하고 만들었다. 어떤 매체든 상관없이, 그것이 극장이든 스트리밍이든 모두를 위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아니었다면 극장에서 블록버스터영화를 즐겼겠지만 지금은 그러기가 힘들다. 대신 극장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집에서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직접 촬영도 했다.

=이번 영화에 여러 카메라 렌즈를 사용했고 그중엔 캐논 드림렌즈가 있다. 유기적이고 밝은 느낌을 잘 살리고 싶어 이 렌즈를 사용했는데, 사용하기 쉽지 않은 렌즈다. 과거 광고 영상을 찍을 때 사용해본 렌즈라 그렇다면 내가 직접 촬영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 재미로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가 있나. 예를 들면 당신이 좀비 중 한명으로 출연한다거나.

=100번 정도 보면 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세히 찾아보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있는 내 모습이 거울에 반사되어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힌트를 더 주자면 오프닝 장면을 유심히 보면 된다. 좀비들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얘기를 가볍게 나누는 장면인데, 그 대화의 맥락에서 좀비에 관한 단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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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