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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침략자들>
이다혜 사진 최성열 2021-06-22

루크 라인하트 지음 / 비채 펴냄

“내 이름은 빌리 모턴.” <침략자들>의 첫 문장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의 첫 문장을 연상시킨다.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두 작품의 또 하나의 유사점은 빌리 모턴이 뱃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롱아일랜드 해협이나 몬토크 동쪽에서 어업을 하는 빌리 모턴은 고래가 아닌 수수께끼의 물고기를 만난다. 물고기가 선실 지붕으로 올라갔다.

생김새가 특이하다. “그렇게 못생긴 복어는 본 적이 없어요. 덩치는 농구공만큼 큰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거 같았습니다.” 쓸데가 없어 보여서 배 밖으로 던졌지만 물고기는 다시 배 안으로 뛰어올랐다. 물에서 나왔으니 물고기라고 부르지만 물고기처럼 생긴 구석은 하나도 없다. 은회색 털북숭이에, 농구공보다 큰 비치볼 같았다. 그러고는 집으로 따라온다.

빌리 모턴의 아이들은 그것을 FF(Funny Fish, 웃기는 물고기)라고 부르고, 아내는 ‘그 재미있는 물건’이라고 불렀고, 빌리는 ‘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FF라는 약자는 이후 온갖 변주로 해석되지만, 일단 이 녀석은 외계인이다. 게다가 이 괴이쩍은 존재의 수는 점점 불어나고, 인간보다 지능이 월등히 높다. 이게 말로만 듣던 외계인의 지구 침공인가?

루크 라인하트의 <침략자들>은 외계인의 지구 방문으로 촉발된 지구인들의 긴장을 그린다. 외계인들은 해킹을 비롯한 기술 공격을 시작하는데, 정치인과 정부기관에서는 초긴장 상태로 이들을 감시한다. 외계인들이 재미로 한 일이 지구인들 머릿속에서 거대한 음모로 바뀌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침략자들>은 소설 속 외계인들의 행동 이유가 그렇듯 ‘유희하는 이야기’다. 진화 과정에서 놀이를 선택한 존재인 외계인을 둘러싼 시끌벅적한 소동극. FF와 처음으로 교류하게 된 빌리 모턴의 회고록, 외계인에 대한 가상의 보고서, 정보국의 첩보 문서, 뉴스 보도, FF들이 인간의 용어를 해석한 사전 발췌 등이 중첩되어 유머를 더한다.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버려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이 인간 질병의 핵심이야.” 루이가 말한다. “인간들이 개인으로서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놓을 수만 있다면, 그 병이 나을걸. 주위 사람들은 물론 모든 생명체들과도 하나가 되어 살아가게 될 거야. 그런데 지난 3, 4천년 동안 당신들은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라는 생각, 유일하게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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